'역사 팔아서' 피켓 신경전에 국방위 파행…전체회의 23일 연기(종합2보)

박기범 기자 이서영 기자 2023. 3.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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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피켓 달고 회의한 적 없다"…野 "굴욕적 정상회담"
與, 野 피켓 반발해 회의 불참…끝까지 '네탓' 신경전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국방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위원석 노트북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가 그려진 팻말이 붙어 있다. 국민의힘은 이 팻말에 반발, 전체회의에 불참하며 회의가 지연되고 있다. 2023.3.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이서영 기자 = 17일 예정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야당 의원들의 피켓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 끝에 결국 파행했다. 국방위는 오는 23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기호 국방위원장과 국방위 여야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예정된 국방위 전체회의를 진행하지 않는다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방위원장으로서 국민들과 군 장병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국방위 전체회의를 개의하려고 했으나 양당 의견차로 인해 개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양당 합의에 따라 오늘 못한 전체회의는 23일 오전 9시30분에 하겠다"며 "이때 군사법을 통과하고 군인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개정안을 의결하겠다. 국방위와 방위사업청 (현안)보고는 필요한 경우 보완해 같은 날 보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4월 4일과 5일 두 차례 소위를 진행하고 6일 전체회의를 개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방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국방부와 병무청,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을 계획이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도 이날 회의에 출석해 전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보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는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외교를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단 것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최종 파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태극기와 함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달았다. 국민의힘은 해당 피켓을 문제 삼으며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이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국회법 제145조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위원장이 경고나 제재할 수 있다"며 "피켓 문제 때문에 여당이 입장하지 않겠다고 한다. 피켓을 제거해주시면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진행을 위해 피켓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회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 회의장을 어지럽힌 것"이라며 "문구는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이다. 이걸 붙였다고 회의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에 "제 기억으로 작년 국감에서 피켓 때문에 상당 기간 국감이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반박했고, 이후 한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진 끝에 야당 의원들도 회의장을 나가며 회의장은 비게 됐다.

김병주 의원은 잠시 뒤 홀로 이후 회의장을 다시 찾아 "정치적 구호라고 할 수 없는 역사적 교훈에 관한 것인데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오전에 더 기다려보고 안되면 오후2시 개의를 요구하고 오전 11시40분 기자회견을 열어 세부적 배경을 국민여러분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때까지 (피켓을) 한번도 붙여놓고 회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 민주당이 뗄 수 없다고 하니 회의가 안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이견이 계속되면서 결국 오전 회의는 불발되자,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예고한 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태극기를 핑계삼아 일방적으로 국방위 개의를 포기한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후에라도 국방위를 개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여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또 "윤 대통령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고자 태극기를 부착했다"고 윤 대통령도 겨냥했다.

신경전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오후2시에도 회의장에는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오후 2시30분쯤, 한 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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