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윤·국힘, 국제사회서 고립될 것”

“탄핵표결 무산, 정치격변 연장”

“국민 탄핵요구 되레 더 커질것”

미국 등 주요 외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무산되기까지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당장은 탄핵을 모면했지만 한국을 뒤덮은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7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한국 대통령, 짧게 끝난 계엄에 따른 탄핵 시도를 피했다’(AP통신), ‘울분에 찬 윤석열은 탄핵 표결 후에도 비틀거리며 나아간다 ’(로이터통신), ‘컴백: 여당의 깜짝 보이콧이 한국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했다’(월스트리트저널) 등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된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일단은 직무정지를 면했지만 정치적 미래가 밝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 여당과 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 실책 이후 탄핵을 피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표결 불발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대통령 사임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WP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표결에서 단결했다”며 “윤 대통령의 행동들보다 진보 정권의 복귀를 더 우려한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 탄핵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이번 주 짧은 계엄령 발효 이후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에 국민의힘과 협상을 이뤄냈지만,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할 수밖에 없는 행보”라며 “탄핵이 무산되면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에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이제는 그의 문제(troubles)가 여당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대통령 탄핵 시도가 무산된 것은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WSJ는 특히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을 놓고 “국가보다 정당을 중시했다”고 비판한 미국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소속 한국 전문가 칼 프리드호프 연구원은 “탄핵을 막은 것은 한국 집권 보수당과 윤 대통령에게 ‘피로스의 승리(이겼으나 승리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고대 그리스 전쟁 일화로 너무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러, 승리하긴 했으나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승리를 뜻한다.

프리드호프 연구원은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더 고립되고 의심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국가보다 당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박상병 정치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보수 진영이 대통령이 물러날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 위해 탄핵을 저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탄핵이 이뤄졌다면 이르면 내년 봄 조기 대선이 진행될 수 있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보수당은 지금이 최적의 시점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탄핵안 무산은) 더 장기화한 정치적 위기를 의미한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죽은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오슬로대 한국학과 블라디미르 티코노프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AP통신은 “많은 전문가가 윤 대통령이 남은 2년 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그들은 국민의 탄핵 요구가 더 커지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결국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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