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가 선보인 컨트롤러 내장 게이밍 노트북

(출처: 에이서)

노트북과 같은 PC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입력장치로 쓴다.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추가 장비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거의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장비보다 컨트롤러가 편한 이들이 있다.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들이다. 이들은 게임을 위해 따로 전용 컨트롤러를 갖춰놓곤 한다.

단 노트북과 컨트롤러를 동시에 휴대하기란 쉽지 않다. 노트북과 충전기 무게가 도합 1~2kg에 달하며, 본체가 차지하는 부피가 작지 않아서다. 컨트롤러는 무겁지 않지만, 부피를 생각보다 많이 차지한다. 양손으로 잡았을 때 편안한 그립감을 선사하기 위해 여기저기 튀어나온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노트북에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은 없을까.

에이서, 컨트롤러 탑재 노트북 공개

9월 5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대만 PC 제조사 에이서(Acer)가 컨트롤러를 탑재한 게이밍 콘셉트 노트북 ‘듀얼 플레이(DualPlay)’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듀얼 플레이는 일반적인 게이밍 노트북과 달리 본체에 컨트롤러를 품고 있는 콘셉트 제품이다. 평소 콘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본체에 별도 컨트롤러 보관 공간을 만들었다.

(출처: 에이서)

게이밍 노트북은 일반 사무용 노트북에 비해 두꺼운 편이다. 그러나 컨트롤러를 넣을 만큼 크진 않다. 에이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치패드 공간에 비교적 평평한 스타일의 컨트롤러를 넣는 방법을 택했다. 즉 평소에는 터치패드로 사용하다가, 게임을 할 때는 터치패드와 연결된 컨트롤러를 빼서 조작하는 것이다.

듀얼 플레이 컨트롤러는 닌텐도 스위치나 최근 유행하는 밸브 스팀덱, 에이수스 엘라이 등 UMPC에 탑재된 컨트롤러와 닮았다. 부피가 큰 일반 컨트롤러와 달리,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형태라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잡아먹지 않는 듯하다. 다행히 키 구성은 여타 컨트롤러와 다르지 않다. 크기를 줄이면서도 각종 버튼을 빼먹지 않았다.

노트북 터치패드 부분에는 컨트롤러가 들어갈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게임을 끝낸 후 이곳에 터치패드를 넣으면 된다. 재밌는 점은 컨트롤러를 거꾸로 뒤집어서 끼워야 한다는 것이다. 노트북을 사용할 때 컨트롤러 버튼이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이렇게 설계한 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키보드를 사용할 때 팜레스트에 튀어나온 버튼 때문에 불편했을 것이다.

(출처: 에이서)

2인 이상 협동을 요구하는 코옵을 지원하는 비디오 게임이 많다. 듀얼 플레이는 이런 게임을 할 때 더욱 유용할 듯하다. 컨트롤러가 터치패드를 중심으로 좌우에 합쳐진 방식이라, 분리하면 따로 조작할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을 분리해서, 2인 플레이를 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키보드, 마우스 조작까지 합하면 다인 플레이에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팝업 형식의 스피커와 RGB 조명

듀얼 플레이 본체에서 컨트롤러를 분리하려면 전용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런데 이 버튼에는 한 가지 기능이 더 있다. 이를 누르면 본체 좌우에 숨겨져 있던 팝업 스피커가 튀어나온다. 스피커 출력은 5W급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노트북에 들어간 스피커 치곤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에이서는 이러한 스피커가 게임에 몰입감을 더해준다고 주장했다.

대개 게이밍 기기는 RGB 조명을 지원한다. 듀얼 플레이는 다양한 공간에 RGB 조명을 배치했다. 키보드, 노트북 측면, 팜레스트 부분이 다양한 색상으로 빛나는 걸 볼 수 있다. 게이머 취향에 따라 RGB 조명 선호도가 갈리는데, 보통은 좋아하는 편이다. 고급형 제품은 다양한 조명 패턴을 지원한다. 듀얼 플레이도 실제 출시된다면 그렇지 않을까.

아직 콘셉트 제품에 불과하다

(출처: 에이서)

아쉽지만 듀얼 플레이는 콘셉트 제품이다. 에이서가 이를 출시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부품 구성이 어떤지, 가격대가 얼마인지도 지금은 알기 어렵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제로 출시됐을 때 얼마나 큰 인기를 끌지도 미지수다. 듀얼 플레이의 차별점은 터치패드에 컨트롤러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제품을 돋보일만한 다른 요소가 더 필요하다.

보통 게이밍 노트북은 무겁기에 한 자리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경량화하면 그만큼 방열 성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고성능 부품을 탑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선 컨트롤러를 굳이 노트북에 탑재해서 휴대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외부 컨트롤러를 하나 장만하는 편이 낫다. 컨트롤러 부착 부위만큼 내부 공간이 협소해진다는 점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