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200여 개국 소비자가 이용하는 지구촌 최대의 상점 아마존. 하지만 이 거대한 유통 공룡도 매일 골머리를 앓는 만성 두통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국경을 넘을 때마다 떼이는 환전 수수료와 고객이 결제할 때마다 빠져나가는 카드 수수료입니다. 아마존이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려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국적 매출의 그림자...환율이 좌우하는 실적
최근 발표한 아마존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작년 한 해 아마존의 총매출은 무려 713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전통 유통 강자 월마트를 제치고 전 세계 기업 매출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전 세계 다양한 통화로 발생한 매출을 본사의 기준 통화인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입니다. 아마존은 실적 발표에서 환율 영향을 별도로 공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영향은 28억 달러(약 4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러한 환율 영향은 주로 회계상 매출 인식에 반영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아마존은 지역별 매출과 비용을 동일 통화로 맞추는 ‘자연 헤지’ 구조와 금융 헤지 전략을 통해 실제 손익 변동성을 일정 부분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셀러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와 해외 송금 비용 등은 상당한 규모로 추정됩니다 아마존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일부 비용을 흡수하고 있지만, 글로벌 사업 확장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은 불가피한 구조입니다.
결제할 때마다 뜯긴다... 연간 13조 원 규모의 '카드 통행료'
더 뼈아픈 비용은 ‘카드 결제 수수료’입니다. 온라인 쇼핑 거래는 70~80% 이상이 신용카드·체크카드로 이뤄지는데 아마존 역시 결제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등 카드 네트워크를 이용할 경우 가맹점은 거래 금액의 1.5~3%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아마존처럼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발생하는 플랫폼의 경우, 이 같은 수수료는 절대적인 금액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비용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매출 7132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카드 수수료만으로 나가는 비용이 약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합니다.
물론 이 수수료를 아마존이 홀로 떠안는 것은 아니고, 상품 가격에 포함돼있거나 판매자에게 아마존이 받는 수수료에 포함돼있기 때문에 아마존 플랫폼 구성원 전부가 분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 네트워크가 거래 중간에서 일정 비율의 ‘통행료’를 가져가는 구조는 대형 플랫폼 입장에서도 수익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전 세계에 쇼핑 플랫폼을 다 깔아놨는데, 카드사가 중간에 앉아 막대한 통행료를 챙겨가는 셈이니 배가 아플 수밖에 없죠.
스테이블코인의 마법: "환전 NO, 카드사 패싱 OK”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온라인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발행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만약 아마존이 달러와 1대 1로 가치가 연동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두 가지 앓던 이가 마법처럼 빠집니다.
첫째, 환율 걱정 없는 즉시 정산입니다. 한국 소비자가 원화로 결제하든, 유럽 소비자가 유로로 결제하든 뒷단에서는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됩니다. 아마존은 환전 과정 없이 달러 자산을 즉시 확보하고, 마켓플레이스의 글로벌 셀러들 역시 며칠씩 걸리던 해외 은행 송금을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정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듭니다. 고객이 아마존 디지털 지갑에 코인을 충전해 결제하면 카드사를 완벽하게 패싱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는 금융 중개 수수료가 사실상 ‘0원’에 가깝습니다. 아마존은 여기서 아낀 13조 원의 비용을 캐시백으로 돌려주거나 상품 할인을 제공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고객은 물건을 더 싸게 사서 좋고, 아마존은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강력하게 묶어둘 수(Lock-in)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글로벌 클라우드 1위인 AWS(아마존웹서비스)를 통해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등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기술적 장벽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입니다.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국가 간 화폐 장벽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아마존 단일 경제권'. 신용카드나 복잡한 은행 계좌 없이도 아마존 계정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가치로 물건을 사고파는 세상, 유통 공룡 아마존이 그리는 진짜 돈의 미래입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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