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만능의 기기를 찾고 있다면

Marantz Stereo 70s

스테레오 70s는 마란츠가 내놓은 인티앰프 크기의 보급형 리시버인데,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음악 재생에 대응한다. 그리고 멋진 디자인은 보기만 해도 주변을 압도한다. 마란츠의 산업 디자인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 같다. 동사에는 동일한 번호를 달고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시네마 70s AV 리시버도 있어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시청기는 2채널 제품으로 음악 전용기에 가깝다. 물론 AV 리시버에 쓰이는 모든 기술들과 HDMI 입·출력을 갖추고 있어 홈시어터로도 운용할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음악만으로 테스트해 봤지만 보통 제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마란츠의 기술력에 새삼 경외감을 느낀다.

근래 독일인이 쓴 음악 해설서 한 권을 읽었는데, 현재 세계에는 스트라디바리가 남겨 놓은 바이올린이 500여 대라고 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연주자가 가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문화 재단이나 재벌이 소유하고 있어서 가끔씩 연주자에게 대여해 준다는 것. 그리고 일본에 가장 많이 있다고 하는 데 좀 기이하다. 왜 그들은 그런 안목을 가졌을까.

그들이 서양 문물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우리나라보다 50년쯤밖에 앞서지 않았으나. 우리나라 조선 왕조 말기 무렵에 세계 문학 전집을 발간했고 1900년경에는 오케스트라가 결성되기도 했다. 수준으로 따진다고 한다면 아마 인구 밀도당 예술 취향성은 우리와 도무지 경쟁 상대가 될 것 같지가 않기도 하다. 세계 독서 인구의 절반은 일본 소설을 가장 좋아한다는 조사도 있다. 오디오 시장도 일본이 가장 크다. 모든 제품은 일본으로 보내 시장성을 평가할 정도이니 부럽기 짝이 없다. 그런 예술 친화적인 민족성이 세계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기만을 기대할 뿐.

시청기는 그런 일본의 기술력과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체구 안에 마란츠 브랜드 특유의 따뜻하고 풍부하며 섬세한 사운드가 담겨 있다. 그전에는 보급형 인티앰프 기종 중에서 빈 깡통 같은 거친 소리를 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시청기는 그냥 단순 평점을 매기라고 할 경우 블라인드 평가를 한다면 A등급을 주기에도 충분할 정도이다. 이만하면 구태여 비싼 제품 살펴볼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절절.

앰프는 고가의 부품만으로 완성되는 단순 기기가 아니다. 전체 만듦새와 내구성, 소리의 밸런스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시청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오랫동안 적용해 이미 검증이 끝난 자사 고유의 HDAM(Hyper-Dynamic Amplifier Modules)을 투입했고, 6개의 HDMI 입력과 스트리밍 재생 기능을 갖춰 다양한 기기들과 연결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HDMI 입력 중 3개는 8K를 지원하므로 미래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HDMI ARC도 지원하므로 별도의 광 케이블도 필요하지 않다.

그 외에도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입력이 있고, 아날로그 파트에는 RCA 아날로그 입력은 물론 MM 포노 스테이지까지 포함되어 있고, FM 라디오도 들을 수 있으며 6.4mm 헤드폰 출력도 구비. 스트리밍 재생의 경우 HEOS 앱을 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PCM 24비트/192kHz, DSD 5.6MHz까지 재생한다. 튠인 인터넷 라디오, 에어플레이 2, 스포티파이 커넥트를 지원하고 룬 테스티드도 지원하는 완벽한 스트리밍 앰프다. 블루투스도 사용 가능하다(송·수신 모두 지원). 물론 보통의 앰프들이 갖추고 있는 기능도 거의 대부분 내장하고 있으며, 출력은 75W(8Ω).

또한 프리앰프 출력이 있는데, 그중 서브우퍼 출력이 2개 있어서 보다 강력한 저음을 더할 수 있고, 다양한 설정으로 저음을 완벽하게 튜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본격 홈시어터는 아니지만 2.1채널 구성으로 박진감 넘치는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2채널로도 일반적인 AV 운용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터. 아마 이런 편의성과 종합성은 어느 나라 제품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일 것이며, 일본 기종다운 친절한 발상이다.

이 기종과 연결한 스피커는 하베스 P3ESR XD. 소형 명기로 다소 출력 높은 앰프로 구동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종이다. 그러나 다소 파워가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은 기우이고, 무엇보다도 이 작은 스피커를 최대한 장악, 굉장한 음장감을 보여 준다. 그러면소리가 다소 엷어지고 고역이 날카로워지는 등 약점이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시청기의 경우에는 그러지 않아 놀랍다. 강렬하게 현의 독주곡을 최상으로 뽑아 올리는데, 전혀 밀도감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유려하고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피아노가 울리면 그것이 더 실감 난다. 전혀 거칠거나 얇아지지 않고 충분한 밀도감을 유지하면서도 해맑기 짝이 없다. 저역 공진도 깨끗하게 울린다. 현악 합주의 해상력과 밸런스도 그렇게 상큼할 수가 없다. 스피커를 클립쉬 헤레시 Ⅳ로 바꿔 보니 스피커 장악력은 더 높아진다. 체구가 큰 스피커인 만큼 음장감은 더 확대되며, 그것을 뛰어넘는 리얼함이 쉽게 드러난다. 인티앰프나 리시버에 놀란 경우가 많지만, 이 기종이야말로 누구나 한 번씩은 놀라마지 않을 것 같다. 이러다간 모든 앰프가 리시버로 귀착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염려가 되기도 하는 제품. 글 | 김남

수입원 사운드유나이티드코리아 (02)715-9041
가격 143만원
채널 2
실효 출력 75W(8Ω), 100W(6Ω)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A×1, Network×1
HDMI 입/출력 6/1(ARC)
HDMI 업스케일링 1080p/4K to 8K
지원 HDR/HLG/돌비 비전, HDR10+, 다이내믹 HDR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프리 아웃 지원
서브 아웃 지원
스피커 A/B 지원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블루투스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DAB/FM 지원
크기(WHD) 44.2×10.9×37.5cm
무게 8.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