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마케팅, 법(法)을 삼키다

비록 일부의 예이긴 하지만 공포 마케팅은 이미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묻지마 범죄가 늘자 호신용품 업체들은 "다음 피해자는 당신일 수 있다"는 문구로 공포심을 자극한다. 사교육 시장은 "남들 다 하는데 당신 아이만 빠지면 낙오된다"는 불안을 부추기며 고액 과외와 선행학습을 권한다. 금융과 보험업계는 "노후 준비를 하지 않으면 거리로 내몰린다" 등 식으로 두려움을 파고든다. 의료계는 불필요한 검진을 '효심'으로 포장하고 일상적 습관을 질병으로 과장한다. 정치권 역시 상대 정당이나 특정 집단을 '위험 세력'으로 몰아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통합보다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법률 시장에서의 공포 마케팅은 더욱 노골적이다. 변호사는 법(法)이라는 공공재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다루는 법률 전문직으로 그만큼 높은 공익성이 요구되는 직역이다. 그러나 온라인에 떠도는 일부 변호사 광고를 보면 황당하다 못해 민망할 지경이다. 그리 심각하지 않은 사안에도 "지금 당장 대처하지 않으면 중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 도움 없이는 위험합니다"와 같은 문구로 도배돼 있다. 의뢰인의 막연한 불안을 자극해 고액의 수임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4년 연속 평가 1위', '수천 건 무죄 성공 사례' 등 근거가 불분명한 문구를 내세운 광고 역시 비일비재하다. 전국의 변호사를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식 지표나 공신력 있는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광고비나 금전 거래를 통한 '유료 수상' 관행이 법률 시장까지 파고든 것이다.
불안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 사람의 두려움이 가족과 직장, 공동체로 번지며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 불안을 자극하는 시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안심'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진정 두려워할 것은 불안 그 자체가 아닌 불안을 파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 사람과 그가 속한 직업군, 나아가 그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불안이 돈이 되는 현실은 불편하다. 불안은 판단력을 흐리고 합리적 선택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공포를 앞세운 상품과 서비스가 판매된다. 광고를 보고 이유 없이 불안이 밀려온다면 그것이 공포 마케팅의 신호다. 그럴수록 한 걸음 물러서서 "이것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또 과장·허위 광고에 대한 실질적 제재도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문제를 자극적으로 부각하기보다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윤리적 마케팅이 자리 잡는 것이다. 불안을 키우는 광고보다 신뢰를 쌓는 소통이 더 멀리 그리고 더 오래 간다. 특히 법률 시장에서 벌어지는 공포 마케팅은 그저 상술이라 치부하기엔 그 사회적 해악이 크다. 법률가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 그 피해는 온전히 우리 모두의 몫이다. "물건을 팔더라도 신뢰를 잃지 말자." 오래된 상식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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