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캡틴 논쟁’은 왜 여기까지 왔나

홍명보 감독이 다시 한번 불씨를 던졌다. 9월 미국·멕시코 평가전 원정길에 오르기 직전, 그는 대표팀 주장 문제에 대해 “변경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당사자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꾸준히 고민하겠다”고 운을 뗀 뒤, 같은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쟁점은 단순하다. ‘지금’ 손흥민의 완장을 바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손흥민은 2018년 9월부터 7년간 캡틴으로 대표팀을 이끌어왔다. 투혼과 책임감, 그리고 성과가 동반됐다. 소속팀 행선지가 잉글랜드에서 미국으로 바뀌긴 했지만, 대표팀 내 상징성과 영향력은 여전하다. 월드컵까지 10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굳이 공개적으로 교체 가능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는지, 팬들의 의문이 커진 배경이다.

홍 감독의 논리는 “가능성”이다. 대회를 앞두고 무엇이 팀에 최선일지 열어두고 보겠다는 뜻이다. 최종 결정 전에 당사자와 구성원 전원의 의견을 듣겠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강조한다. 감독의 권한 안에 있는 합리적 접근처럼 들린다. 다만 ‘공개 발언’의 타이밍과 방식은 별개의 문제다.

내부 협의를 마치기 전 교체 가능성을 연달아 외부에 흘리면, 당사자인 손흥민은 의사를 밝히기조차 난처해진다. 유지하자니 ‘자리가 아쉬운’ 듯 비치고, 내려놓자니 ‘반납 압박’으로 읽힌다. 새 캡틴이 선임되면 “선수단 내부에 다른 의견이 있었다”는 불필요한 오해까지 살 수 있다.

홍 감독은 자신의 선수 시절 사례(월드컵 두 달 전 주장 완장)를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엔 부상 공백으로 ‘임시 캡틴’ 체제를 거친 뒤 사실상 복귀에 가까웠다. 지금은 7년간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행사해온 현역 캡틴을 두고, 교체의 명분과 목표 설정이 모호한 상황이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원칙과 ‘왜 지금 바꾸려 하는가’는 현실의 설득력에서 차이가 난다.

감독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리더십 분산’이 목표라면 굳이 완장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공식·비공식 서브 캡틴을 명확히 하고, 세트피스 콜·전환 신호·하프타임 브리핑 등 역할을 세분해 공유하면 된다.

둘째, ‘세대 전환의 상징’이 목적이라면 시점과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연말 친선 2연전이나 최종 명단 확정 직전 소집에 맞춰 내부 합의를 먼저 만들고, 이후 ‘팀의 필요’와 ‘손흥민의 동의’를 전면에 둔 발표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 ‘경기장 내 전술적 이유’가 있다면 더더욱 설명이 필요하다. 예컨대 최전방 기용이 잦아지며 심판·상대 벤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2선 미드필더에게 맡기겠다는 식의 구체성이다.

지금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건 ‘논란의 연료’가 아니라 ‘역할의 명료화’다. 손흥민은 상징 그 자체다. 그를 캡틴으로 두든, 완장을 이양하든 핵심은 동일하다. 첫째, 주장단 구성과 권한을 명료하게 문서화하고, 선수단 전원에게 공유할 것. 둘째, 결과 발표는 짧고 단단하게, 근거는 팀 퍼포먼스 관점에서만 설명할 것. 셋째, 미국·멕시코전에서 주장단이 경기 중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위기관리 신호를 주고받는지 바로 보여줄 것.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감독은 ‘가능성’을 말했고, 여론은 ‘필요’를 묻고 있다. 해답은 결국 경기장에 있다. 손흥민이든, 다른 누구든 완장을 찬 사람이 승부처에서 팀을 한 뼘 전진시키면 논란은 금세 잦아든다. 리더십은 팔에 두르기 전에, 90분 동안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원정 2연전은 그 증명의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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