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하루를 위해,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나자
- 렘 수면 시간은 뒤로 갈수록 길어진다- 정해진 수면
-각성 패턴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어떤 사람은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알람을 끄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알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알람을 끈다. 그러고 다시 잠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앞의 두 경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드물겠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먼저 깨는 경우가 있다. 혹은 아예 알람을 맞추지 않고 지내는 사람도 분명 있다.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알람을 듣지 않고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상쾌하다. 그런 날은 워치에 표시되는 수면 점수도 높게 나올 때가 많다. 물론 그 점수를 절대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좀 더 몸이 가벼운 날은 아무래도 하루를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한 법이다.
알람에 의지하지 않고 실제로 깨어나는 것은 실제로 더 좋은 걸까? 미국 벤더빌트 대학교의 신경과 교수 베스 앤 말로우가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4개 단계로 구분하는 수면 주기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설명이겠지만, ‘수면 주기(sleep cycle)’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 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앤 말로우 교수는 수면 주기를 4개의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하나는 ‘렘(REM) 수면’이고, 나머지 3개 단계는 ‘비렘(Non-REM) 수면’이다.
처음 잠이 들면 ‘비렘 1단계(가벼운 수면)’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비렘 2~3단계를 향해 깊이 잠이 들게 된다. 2단계는 좀 더 깊은 수면, 3단계는 매우 깊은 수면(델타 수면)으로 분류한다. 잠이 든 후 약 90분이 지나면 몇 분 정도의 렘 수면 단계를 거친다. 보통 이 시점에 꿈을 꾸게 된다. 이 구간을 거친 다음 다시 비렘 수면 1~3단계로 돌아가면서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수면 패턴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대략 90분~100분 정도 주기로 반복된다. 이에 따라 보편적으로 권장되는 시간만큼 잠을 잘 경우 대략 4회~6회 정도의 수면 주기가 반복된다. 또한, 수면 사이클이 반복됨에 따라 비렘 수면의 길이는 줄어들고 대신 렘 수면의 길이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신체 회복 후 정신 회복
보통 비렘 수면은 신체 회복, 렘 수면은 정신 회복에 관여하는 것으로 본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훨씬 복잡하지만, 일반적으로 단순화시키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을 위의 수면 사이클에 비춰보면, 수면 초기에 신체 회복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잠을 더 잘수록 정신 회복이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수면 상태가 지속되며 사이클을 반복할수록 렘 수면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수면 상태가 오래 이어질수록 뇌가 렘 수면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렘 수면 동안에는 낮 동안 확보한 기억을 통합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불필요한 것들을 망각하고 소거하게 된다. 이는 신체 회복에 비해 복잡하고 입체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깨면 더 상쾌한 이유
자연스럽게 눈을 뜨는 쪽이 더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는 건 대부분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앞서 잠을 충분히 잘수록 렘 수면의 길이가 길어진다고 이야기했다. 수면의 초기에 신체 회복을 위한 깊은 잠을 충분히 취한 다음, 뒤로 갈수록 정신 회복에 초점을 맞춘 수면이 이루어진다. 즉, 아침에 가까워질수록 렘 수면에 해당하는 구간이 길어지므로, 이 구간에서 잠을 깰 가능성이 높아진다.
렘 수면은 ‘잠의 깊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얕은 수면 상태다. 뇌가 활성화된 채로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는 구간이므로, 이때 잠에서 깨어나면 얕은 잠을 자다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과 같다. 몸은 충분히 회복돼 있고, 정신적으로 거의 깨어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상쾌하게 느껴지기 쉽다.
반면, 알람을 듣고 일어난다는 것은 그 시점까지 깊은 잠에 빠져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면 후반부까지 깊은 잠 구간이 비교적 길게 이어지거나, 렘 수면 구간이 짧으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인위적인 자극에 의해 갑작스러운 각성 상태가 되므로, 몸을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리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수면-각성 패턴을 훈련할 것
앞에서 ‘렘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이 좀 더 상쾌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아침에 스스로 깨어나는 것은 수면 주기 중 어느 단계에 있었는지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어떤 단계에 있었든 갑작스럽게 수면 상태가 끝나고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앤 말로우 교수는 이를 두고 “역에서 정차했을 때 기차에서 내리는 것”에 비유한다.
반면, 알람을 듣고 일어나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깨어날 경우, “역과 역 사이 어딘가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면 패턴이 인위적으로 깨지기 때문에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체와 정신이 충분히 회복될 정도의 수면 주기를 반복했다면, 언제 어떤 단계에서 깨어나든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이유로 인해 충분한 수면을 이루지 못했다면 수면 막바지까지 회복이 덜 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누누이 반복해 왔던 ‘좋은 수면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과 연결된다. 수면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멀리하고, 좋은 잠을 이룰 수 있는 노력을 하라는 모든 권장사항들 말이다.
앤 말로우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내부 시계가 있다. 뇌는 이 내부 시계를 토대로 언제 처음 졸리기 시작하고, 언제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들며, 언제 깨어나게 되는지를 지시한다. 이를 통해 일주기 리듬이 만들어진다.
즉, 일정한 패턴을 반복함으로써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정확하게 같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늘 비슷한 시점에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해당 시간에 ‘역에 정차하게끔’ 일정을 숙달하는 셈이다.
이러한 패턴이 확립되면, 나머지는 그것을 강화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뇌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잠들기 전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는 것, 너무 격렬한 운동은 잠들기 몇 시간 전에 마치는 것, 자극적이지 않은 미지근한 온도로 씻는 것 등 당신이 알고 있는 그 모든 팁은 확고하게 정해진 수면 패턴을 ‘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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