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체프응에티치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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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이 국내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노벨상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감은 크게 좁혀졌다.
스포츠 무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일종의 불연속적인 비약이 이뤄진다.
케냐의 여자 마라토너 루스 체프응에티치(체픈게티치)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마의 10분 벽'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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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이 국내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노벨상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감은 크게 좁혀졌다.
스포츠 무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한계로 여겨졌던 선이 무너지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지평이 열린다. 일종의 불연속적인 비약이 이뤄진다.
케냐의 여자 마라토너 루스 체프응에티치(체픈게티치)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마의 10분 벽’을 돌파했다. 남자 페이스 메이커들의 도움을 받은 체프응에티치의 2시간9분56초 기록은 앞으로 여자 마라톤 기록 경쟁의 기준값이 될 것이다.
남자 마라톤에서는 케냐의 켈빈 킵툼이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35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최초로 2시간1분 벽을 깼다. 킵툼은 자신의 훈련캠프 근처에서 차를 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2시간에 바짝 다가서면서 남자 마라톤은 ‘마의 2시간’ 진입을 가시권에 뒀다.
마라톤뿐만이 아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는 인간이 범접하기 힘든 한계로 여겨졌다. 하지만 1988년 캐나다의 커트 브라우닝이 쿼드러플 토루프에 성공했고, 2022년에는 미국의 일리야 말라닌이 쿼드러플 악셀 점프(4.5회전)를 해냈다. 육상 100m 세계 기록은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9.58초)가 갖고 있지만, 1968년 미국의 짐 하인스가 10초대 벽을 깬 이후 지속해서 단축된 결과다.
국내 수영은 박태환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가 나뉜다. 그가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지형이 달라졌다. 서양인과의 경쟁은 어렵다는 기존의 상식이 깨졌고 황선우, 김우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피겨의 김연아나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승훈, 이상화, 모태범 등이 올림픽에서 새 장을 개척한 것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국내 육상 100m의 김국영 기록(10초07)이 9초대 선수의 등장으로 깨진다면, 그때부터는 9초대가 선수들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간의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신기록 요인은 여럿이다. 타고난 유전자와 후천적인 노력이 가장 먼저 꼽히지만, 과학적 훈련 기법과 장비의 활용도 중요하다. 심리적 요소는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문화 영역에서 많은 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 같다. 스포츠 스타 한명이 선수 성장 토양의 무의식적인 구조를 바꾸었듯이.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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