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개화 날짜 왜 못 맞히나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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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파트 베란다(9층)에서 무심코 아래를 내다보니 어느새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벚꽃 개화일이 특히 민감한 건 수십, 수백 그루가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얼마 못 가 꽃잎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벚꽃 개화 시기도 못 맞히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벚꽃 개화에서 만개까지 1주일이 안 되는 짧은 기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축제 주최 쪽이 최대한 늦게 기간을 정하는 게 최선의 전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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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토요일, 아파트 베란다(9층)에서 무심코 아래를 내다보니 어느새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문득 필자가 사는 동네의 벚꽃 축제는 올해도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축제일인 4월11~12일에는 꽃이 거의 다 져 썰렁하지 않을까.
기상청은 3월29일(일요일) 서울에 벚꽃이 공식 개화(꽃이 20% 핀 상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6일 빠르고 평년(지난 30년 평균인 4월8일)보다는 무려 10일이나 빠르다. 개화 5~7일이 지나면 만개(80% 이상 핀 상태)하므로 이번주 후반부터 장관일 것이다. 올해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4월3~7일이라 모처럼 딱 맞춘 것 같다. 이처럼 불과 1주일 간격에 희비가 엇갈리게 생겼으니 지자체들은 매년 봄마다 벚꽃 축제일 선정으로 골치가 아플 것 같다.
벚꽃 개화일이 특히 민감한 건 수십, 수백 그루가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얼마 못 가 꽃잎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벚나무가 극단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벚나무는 대부분 일본왕벚나무로 잡종이라 생식력이 없어 접목으로 증식한다. 연구 결과 지구촌에 퍼진 모든 일본왕벚나무는 두 종의 교잡으로 생겨난 잡종 한 그루의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복제)이라는 말이다.
벚꽃은 가을에 꽃눈을 만들어 겨울 동안 휴면기에 들어간 뒤 2월 무렵 휴면에서 깨어나(해제) 한두달 뒤 개화한다. 벚꽃의 개화 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온도다. 흥미롭게도 꽃눈 상태인 겨울에는 온도가 충분히 낮아야 제때 휴면 해제가 된다. 따뜻한 겨울은 오히려 개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올봄 온도가 작년과 별 차이가 없음에도 개화일이 6일이나 빠른 건 겨울이 지난해보다 추웠던 게 한 요인일 것이다.
‘벚꽃 개화 시기도 못 맞히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가 일본을 중심으로 많이 진행됐고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됐다. 예를 들어 휴면 해제 뒤 매일 온도를 더해 일정 값을 넘으면 개화한다는 공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2022년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일본 82개 관측소의 68년 동안의 기온과 벚꽃 개화일, 만개일 자료를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개화일과 만개일을 꽤 정확히(실제 날짜와 평균 1.5일 차이) 예측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물론 현장 적용에서는 예측하는 시점(최종 데이터 입력일)이 이를수록 정확도가 떨어진다. 연구자들은 추후 풍속과 강수량 등 다른 변수들도 더해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역시 2022년 일본 식물생리학자들은 개화 5주 전부터 2주 후까지 7주 동안 꽃눈과 꽃잎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1주일 단위로 분석해 마커 유전자 2개를 골라 발현량을 변수로 한 수식을 만들어 개화 시기를 예측했는데 정확도는 인공지능보다 떨어졌다.
그럼에도 개화일 예측을 내놓은 시점 이후 결정적인 변수인 기온 변화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벚꽃 개화에서 만개까지 1주일이 안 되는 짧은 기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축제 주최 쪽이 최대한 늦게 기간을 정하는 게 최선의 전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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