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개화 날짜 왜 못 맞히나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6. 4.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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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파트 베란다(9층)에서 무심코 아래를 내다보니 어느새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벚꽃 개화일이 특히 민감한 건 수십, 수백 그루가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얼마 못 가 꽃잎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벚꽃 개화 시기도 못 맞히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벚꽃 개화에서 만개까지 1주일이 안 되는 짧은 기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축제 주최 쪽이 최대한 늦게 기간을 정하는 게 최선의 전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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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개화하기 시작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토요일, 아파트 베란다(9층)에서 무심코 아래를 내다보니 어느새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문득 필자가 사는 동네의 벚꽃 축제는 올해도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축제일인 4월11~12일에는 꽃이 거의 다 져 썰렁하지 않을까.

기상청은 3월29일(일요일) 서울에 벚꽃이 공식 개화(꽃이 20% 핀 상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6일 빠르고 평년(지난 30년 평균인 4월8일)보다는 무려 10일이나 빠르다. 개화 5~7일이 지나면 만개(80% 이상 핀 상태)하므로 이번주 후반부터 장관일 것이다. 올해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4월3~7일이라 모처럼 딱 맞춘 것 같다. 이처럼 불과 1주일 간격에 희비가 엇갈리게 생겼으니 지자체들은 매년 봄마다 벚꽃 축제일 선정으로 골치가 아플 것 같다.

벚꽃 개화일이 특히 민감한 건 수십, 수백 그루가 한꺼번에 확 피었다가 얼마 못 가 꽃잎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벚나무가 극단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벚나무는 대부분 일본왕벚나무로 잡종이라 생식력이 없어 접목으로 증식한다. 연구 결과 지구촌에 퍼진 모든 일본왕벚나무는 두 종의 교잡으로 생겨난 잡종 한 그루의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복제)이라는 말이다.

벚꽃은 가을에 꽃눈을 만들어 겨울 동안 휴면기에 들어간 뒤 2월 무렵 휴면에서 깨어나(해제) 한두달 뒤 개화한다. 벚꽃의 개화 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온도다. 흥미롭게도 꽃눈 상태인 겨울에는 온도가 충분히 낮아야 제때 휴면 해제가 된다. 따뜻한 겨울은 오히려 개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올봄 온도가 작년과 별 차이가 없음에도 개화일이 6일이나 빠른 건 겨울이 지난해보다 추웠던 게 한 요인일 것이다.

‘벚꽃 개화 시기도 못 맞히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가 일본을 중심으로 많이 진행됐고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됐다. 예를 들어 휴면 해제 뒤 매일 온도를 더해 일정 값을 넘으면 개화한다는 공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2022년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일본 82개 관측소의 68년 동안의 기온과 벚꽃 개화일, 만개일 자료를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개화일과 만개일을 꽤 정확히(실제 날짜와 평균 1.5일 차이) 예측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물론 현장 적용에서는 예측하는 시점(최종 데이터 입력일)이 이를수록 정확도가 떨어진다. 연구자들은 추후 풍속과 강수량 등 다른 변수들도 더해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개화 전 5주 동안 꽃눈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통해 선별한 마커 유전자 2종(파란색과 녹색)의 발현량을(왼쪽) 변수로 한 수식은 개화일을 꽤 정확히 예측하지만, 예측이 이를수록 실제 개화일과 차이가 벌어진다(오른쪽). ‘식물과학 경계’ 제공

역시 2022년 일본 식물생리학자들은 개화 5주 전부터 2주 후까지 7주 동안 꽃눈과 꽃잎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1주일 단위로 분석해 마커 유전자 2개를 골라 발현량을 변수로 한 수식을 만들어 개화 시기를 예측했는데 정확도는 인공지능보다 떨어졌다.

그럼에도 개화일 예측을 내놓은 시점 이후 결정적인 변수인 기온 변화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벚꽃 개화에서 만개까지 1주일이 안 되는 짧은 기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축제 주최 쪽이 최대한 늦게 기간을 정하는 게 최선의 전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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