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리스타 챔피언이 일으킨 커피 씬의 새로운 파도 - 심플 카파
커피 한 잔에 13만원. 눈이 휘둥그레질 거예요. 하지만 커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심장이 뛸 수도 있겠죠. 이곳은 요즘 대만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커피숍 ‘심플 카파’가 런칭한 VIP 매장이에요. 온라인 경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 원두뿐 아니라 바리스타의 브루잉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경험할 수 있어요. 마치 커피 챔피언십 심사위원이 된 듯한 기분으로요.
13만원까지는 부담스럽지만 이 핫한 카페를 경험해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약 8,000원에 대표 푸어오버 커피를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보세요. 독특한 공간, 한정판 메뉴에 매력을 느낀다면 88층 높이에서 ‘천상계의 커피’를 제공하는 매장에 가면 되고요. ‘그냥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하는 분이라면 사람 대신 핸드드립 머신이 커피를 내려주는 테이크아웃 매장을 방문하면 돼요.
커피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편의점에서도 수준 높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세상이죠. 그래서 심플 카파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험, 서비스, 제품, 심지어 가격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봤어요. 커피라는 본질에 새로운 시도를 자기만의 속도로 내리는 이 재미난 카페. 도대체 커피의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 걸까요?
심플 카파 미리보기
• 챔피언을 배출한 호텔 지하의 비밀 공간
• 공간, 메뉴 그리고 동선까지 설계한 이유
• 바리스타의 정신이 담긴 13만원짜리 커피
• 대만 최고층에서 구현한 하늘 속 카페
• 키오스크를 도입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옛날 건물이 요즘 감각을 만날 때, 전에 없던 공간이 돼요. 대만 타이베이의 진 후아 거리도 그런 곳들 중 하나예요. 이 거리의 건물들을 1905년 경찰 간부들의 기숙사이자 죄수들의 감옥으로도 쓰였어요. 역할을 다해 철거 예정이었는데, 그렇게 과거의 유산을 없애는 건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죠. 그래서 2022년에 타이베이시는 이곳을 ‘고택 문화 운동 프로젝트’ 일환으로 엄선한 브랜드 15점이 늘어선 라이프스타일 테마파크로 탈바꿈했어요. 건물뿐 아니라 진 후아 거리 자체가 재개발되면서 이름도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로 바뀌었죠.
교토식 찻집과 일본에서 직수입한 재료를 사용한 규슈 와플집, 일본 벤토집, 대만 교자집, 베이커리와 선물숍, 반려동물 가게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와 있어요. 돌봄이 필요한 주민은 언제든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도 있죠. 특별한 점은 이 거리 전체에서 일본식 목조 양식이 두드러진다는 점이에요. 건물이 지어진 시기가 일본이 대만을 식민 지배했던 시기(1895~1945)와 겹치거든요.
그래서 이름도 ‘타임’ ‘라이프’ ‘파크’. 시간의 흔적과 삶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사람이 모이는 일상의 풍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서예요. 그중 ‘라이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에 들어선 15개 브랜드 중에는 스페셜티 커피숍도 있는데요. 제일 저렴한 푸어오버 커피가 800대만달러(3만 5,000원), 가장 비싼 커피는 무려 3,000대만달러(13만원)를 호가해요.
이곳은 ‘심플 카파(Simple Kaffa)’라는 대만의 국가대표급 커피숍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매장이에요. 심플 카파는 해외여행사이트 빅세븐트래블이 주관한 ‘세계 최고의 카페 50’에서 1위에 선정되기도 한 커피숍이죠. 심플 카파가 얼마나 커피에 진심이냐면요, 타이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여럿을 직원으로 두고 있고요. 창업자는 2016년에 대만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어요.
그러니 커피의 원재료부터 로스팅 방법까지 평범하진 않겠죠? 혹시 커피의 세계를 잘 모른다고 해도 걱정마세요. 심플 카파는 이름처럼 심플하게, 복잡함보단 프레시한 감성으로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시켜주고 있으니까요. 어떻게냐고요? 창업자 우쩌린의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챔피언을 배출한 호텔 지하의 비밀 공간
대학생 시절, 우쩌린은 매일같이 비싼 스페셜티 커피를 사먹을 염두가 나지 않았어요. 고가의 장비를 살 여유도 없어 저렴한 도구로 드립 커피를 내려먹었죠. 그런데 맛이 없었어요. 문제를 파헤쳐보고 새로운 커피를 시도한 우쩌린. 자신이 내린 커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어 행동으로 옮겼어요. 세발자전거를 수제 커피 카트로 개조시키고, 쉬는 날이면 동네 공원과 길거리를 돌며 커피를 팔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