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없었던 장르의 슈퍼바이크, BMW 모토라드 M 1000 XR
BMW가 M을 붙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장르가 무엇이든 모두를 압도할 정도의 성능으로 무장한다. 이번엔 M 1000 XR이다.
/
길들이기
모터사이클이든 자동차든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타고 있다면 흔히 ‘길들이기’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신차 상태일 때는 엔진 내부에 있는 각종 금속 파츠들이 서로 견고하게 맞물려 있는데 처음부터 강한 출력을 사용하면 그 사이에 큰 유격이 생겨 내구성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로틀을 부드럽게 사용하고 모든 기어를 골고루 변속해주면서 일정 이상의 마일리지를 주행하도록 권장한다. 특히 고성능 모델일수록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제조 기술이 좋아져서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라이더도 있지만, BMW는 고성능 모델에 한정하여 강제로 출력 제한을 걸어 ‘길들이기’를 해야만 하도록 만들고 있다. 시승기의 시작부터 길들이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번에 테스트한 M 1000 XR(이하 M XR)이 완벽한 신차였기 때문이다.
테스트 차량은 총 주행거리 30km를 주행한 따끈한 신차로 최고회전수 9,000rpm과 최고속도 200km/h에 출력 제한이 걸려 있었다. 따라서 최고출력(201마력)이 발휘되는 12,750rpm에는 근처도 도달하지 못하고, 최대 토크(113Nm)가 분출되는 11,000rpm도 맛볼 수 없었다. 한계 회전수는 14,600rpm이다. BMW코리아에서는 1,000km를 주행한 뒤부터 출력 제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하는데 서울에서 속초를 두 번 왕복할 시간은 없기에 일단 시승하기로 했다.
ㅡ
M의 강력함
M XR은 BMW의 슈퍼바이크인 S 1000 RR 엔진을 기반으로 최고출력 201마력의 4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일반 S 1000 XR(이하 S XR)과 비교하면 31마력 강력한 수치다. 또한, S XR은 45T 리어 스프로켓을 탑재하는데 M XR은 47T 스프로켓으로 더 강한 토크를 발휘하고 4, 5, 6단의 기어비도 더 짧게 설계됐다. 차체에 더해진 M 윙렛은 오로지 더 빠른 랩 타임을 위해 설계되었고 100km/h의 속도부터 프런트 휠을 누르는 힘이 가해지며 220km/h에서 12kg의 무게가 실린다. 새로운 차체는 S XR을 기반으로 적용됐고 45mm클로즈드 카트리지 포크와 DDC(다이내믹 댐핑 컨트롤)이 탑재된 전자식 서스펜션이 조합됐다. 클로즈드 카트리지는 일반 양산형 모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기술로 서스펜션 내부에 별도의 댐핑 시스템을 갖춰 캐비테이션 현상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특성을 가졌다. 즉, 더욱 매끄럽고 일정한 댐핑을 발휘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추가로 M 브레이크, M 카본 휠, M 레버, 경량 M 배터리, M 엔듀런스 체인 등의 고성능 파츠가 더해졌다.
ㅡ
똑똑한 전자장비
장마 기간에 모터사이클 시승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초단기 예측을 보며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테스트 차량을 받아서 출발하자마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M XR은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만큼이나 브리지스톤의 배틀랙스 RS 11 스포츠 타이어가 장착되는데 빗길 주행이 예상보다 안정적이다. 정말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9,000rpm까지 스로틀을 과격하게 다뤄도 리어 휠이 꿋꿋하게 노면을 붙든다. 슈퍼바이크에 비해서 상체가 서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프런트에 하중을 최소화하면 작은 물웅덩이도 가볍게 가른다. 감속 시에도 예상을 한참 넘는 수준의 안정감과 함께 제동된다.
불안감과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시내를 벗어나려는데 계기반 우측에 노란 경고등이 수시로 깜빡인다. 알고 보니 가속과 감속 모든 상황에서 전자장비가 열심히 수습하며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6,000rpm을 넘어서는 순간에 좀 더 건조한 배기음과 함께 토크가 분출되는데 이때 노면이 불안정하면 트랙션 컨트롤이 빠르게 개입한다. 하지만, 라이더가 계기반의 경고등을 보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한 시점에 적절하게 개입한다. 제동 중 타이어가 순간 그립을 잃고 ABS가 일정 시간 이상 작동하면 비상등을 켜서 후방 차량에게 신호를 보내는 센스도 좋다. 라이더가 위급 상황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작동한다.
감속 중 기어를 빠르게 연달아 내리면 간헐적으로 기어 레버가 먹통이 된다. 사실은 기어를 내릴 때 9,000rpm 이상으로 회전수가 올라갈 것 같으면 전자장비가 다운 시프트를 제어하는 것이다. 그 결과, 완벽한 길들이기가 가능함과 동시에 과도한 백토크로 차체가 불안정해지는 일이 없다. 정차 중 브레이크 레버를 꾹 잡으면 HHC(힐 홀드 컨트롤)이 작동한다. 이는 평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리어 휠이 구르기 전까지 일정 저항감을 유지해 뒤로 밀리지 않도록 돕는다. 다만, 저항이 강해서 오히려 시동이 꺼지게 할 정도로 불편할 때가 있다. M XR은 출발하기 전에 브레이크 레버를 다시 한번 꾹 잡고 떼면 HHC를 해제시킬 수 있어 용이하다.
ㅡ
목줄이 감긴 슈퍼바이크
맑은 하늘에 노면도 바짝 말랐을 때 다시 나왔다. 9,000rpm이라는 한계 속에서 가능한 한 차량을 퍼포먼스를 최대한 느껴보자는 목적이었다. 우선 설정에 들어가서 레이스 모드 프리셋을 수정했다. 레이스 모드의 기본 설정은 최대 파워가 아닌 데다가 윌리를 제어하고, ABS도 보수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즉, BMW는 라이더가 레이스 모드를 설정한다고 해서 M XR의 진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최대 파워, 윌리 컨트롤 해제, 트랙션 컨트롤 해제 후 달리기 시작했다. 스로틀을 확 말아쥐면 9,000rpm까지 순식간에 도달해 출력 제어가 걸린다. 이는 레드존에 도달해서 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아닌 어딘가 벽에 막히는 수준으로 강하게 제어된다. 운이 좋게 알맞은 타이밍에 2단 기어를 넣었다고 하더라도 9,000rpm은 순식간에 찾아와 변속을 요구한다. 그렇게 눈 몇 번 깜빡하면 톱 기어에 최고속도로 달리게 된다. 그 과정 동안 어떠한 불안감도 느낄 수 없고 굉음 없이 너무나 여유롭다.
가속하는 와중에 약간의 둔턱을 만나거나 오르막 끝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프런트 휠이 떠오른다. ‘9,000rpm까지 쥐어짜면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 낮은 rpm에서도 희미한 듯 강력한 토크를 꾸준하게 쏟아낸다. 차량중량 223kg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떠오르며 착지하는 과정도 깔끔하다. 긴 스트로크에 비해 탄탄한 세팅이라 어드벤처 바이크처럼 푹신한 감각은 아니다. 스포츠 바이크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수준이랄까? 도대체 최고회전수인 14,600rpm까지 엔진을 몰아가면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계기반의 디자인이 바뀌며 세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좌우 뱅킹 각도, 트랙션 컨트롤 개입량, 브레이크 압력 등이 표시되는데 내가 얼마나 기울였고 전자장비가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 확인하며 기량을 높이기 좋다. 더불어 다른 테마로 설정하면 랩 타임이 크게 배치되며 오로지 트랙 라이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ㅡ
맛보기 끝
M XR은 타면 탈수록 서킷 라이딩이 기대되는 모델이다. 제대로 맛볼 순 없었지만 짜릿한 엔진, 안정적인 핸들링, 높은 수준의 전자장비까지. 기존 S XR 라이더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S XR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치 있다. M XR은 단순히 편안하고 강력한 모델이 아니라 달리기에 진심인 라이더 혹은 트랙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라이더에게 알맞은 모델이다. 그러고 보니 M XR 프로토타입의 티저 영상이 생각난다. BMW모토라드 프로덕트 매니저가 M XR을 타고 베를린에서 맨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던 피터 히크만(프로페셔널 레이서)이 M XR을 타고 맨섬 TT 코스를 시원하게 달린다. 시승을 마치고 일주일 뒤에 한 연락을 받았다. “M XR 리미트 해제됐습니다. 또 언제 시승하시겠어요” 다음 편에 계속…
/
BMW MOTORRAD M 1000 X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80 × 49.7(mm)
배기량 999cc
압축비 13.3 : 1
최고출력 201hp/12,750rpm
최대토크 113Nm/11,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서스펜션 (F)45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20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70×850×1,382mm
휠베이스 1,548mm
시트높이 850mm
건조중량 211kg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BMW모토라드코리아 bmw-motorrad.co.kr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