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피해자 20만 명 넘어…피해 회복 위해 권도형 송환 반드시 필요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 4. 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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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환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자, 국내 사법기관의 광범위한 수사, 
피해액 50억원 이상 특경법 대상 무기징역 선고 가능 등 내세워야

(시사저널=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도형이 잡혔다. 몬테네그로에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잡힌 것이다. 권도형은 테라의 생태계가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신박한 알고리즘을 채택한 가상화폐를 만들었다고 했다. 절대 손해나지 않는 투자라고 홍보했다. 루나가 오르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권도형은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자를 줄 수 있다고 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이후 루나와 테라가 폭락했다. 57조원에 가까운 손해가 발생했고, 한국에서만 2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3월24일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몬테네그로 당국에 체포됐다. ⓒREUTERS

한국-미국-몬테네그로, 범죄인 인도 쟁탈전

대한민국 사법 당국은 권도형에 대해 적색수배를 신청하고, 체포영장도 청구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세르비아 현지 수사 당국을 찾아 권도형에 대한 국제사법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권도형이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당일인 3월23일 증권사기, 시세조종,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범죄인 인도 역시 미국이 먼저 요청했다고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이 밝혔다.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 쟁탈전이 본격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몬테네그로에서 권도형을 공문서위조, 불법입국으로 체포한 것이다. 몬테네그로 법에 따르면 공문서 위조의 경우 3개월에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 범죄인 인도는 한발 뒤로 밀리게 된다.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은 권도형이 범한 자국법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사법주권을 행사한 후 범죄인 인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몬테네그로 코바치 법무부 장관도 이 점을 명확히 했다. 권도형의 변호인인 모이스라브 제체비치는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겠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권도형의 한국 송환 시기는 아무도 모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다만 권도형의 위조여권 사용이 다소 불분명하다. 코스타리카 여권은 위조여권이 아닐 수 있다. 다만 벨기에 여권이 위조여권인데 이는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몬테네그로에선 위조여권을 가지고만 있어도 행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형량이 6개월 전후에 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법무부는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권도형을 송환해 와야 한다.

그리고 검찰은 반드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상 '특정사기범죄'로 기소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회복이 원활하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상 '특정사기범죄'로 취득한 재산은 '범죄피해재산'이 된다. 범죄피해재산인 경우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해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가가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환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송환을 몬테네그로에 주장해야 할까? 범죄인 인도 청구는 미국보다 늦었다고 해도 권도형이 대한민국 국적자란 점, 권도형의 범죄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해 왔다는 점, 관련자들이 다 한국 국적이라 일망타진해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 대한민국의 법규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50억원 이상의 사기범죄인 경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어 미국과 다르지 않다는 점, 마지막으로 국내 피해자들이 20만 명이 넘어 이들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해선 반드시 권도형의 송환이 필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권도형이 미국으로 송환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해도, 수사 당국은 권도형이 미국에서 형이 확정된 이후 미국에 형집행 정지를 요청해 우리나라로 권도형을 송환해 우리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유죄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국내 형법상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

미국은 유죄판결 없이 불법재산을 몰수 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뉴욕연방남부지방검찰청은 기소 후 유죄판단 없이도 권도형의 불법재산이 있는 경우 바로 몰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권도형에 대해 유죄가 확정돼야 그때서야 비로소 범죄피해재산에 대해 몰수할 수 있다. 이미 재산을 다 빼돌린 상황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부패범죄의 불법수익을 박탈해야 한다. 독립몰수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권도형은 누구인가

권도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열되고 있지만 그가 수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권도형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다. 정규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소셜 플랫폼 링크드인에 각각 3개월씩 근무했다고 적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인턴이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2015년 와이파이 공유 서비스 업체 애니파이를 창업했다. 이듬해부터는 가상자산 업계에 발을 들였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창업주 신현성과 손잡고 약 3년의 준비 끝에 2018년 암호화폐 업체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이후 테라폼랩스를 통해 암호화폐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를 만들었다. 이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테라와 루나는 서로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상호 보조 역할을 한다.

권도형은 여기에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코인으로 지급하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을 도입했다. 파격적인 이자율 덕분에 전 세계의 투자금이 집중됐다. 루나는 지난해 4월 그 가치가 15달러에서 11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12일 테라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루나가 이를 방어하지 못하면서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두 코인 모두 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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