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PB 상품, 납품업체 베끼고 ‘순위 조작’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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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인기를 얻은 납품 제품을 베껴 자체브랜드(PB·피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쿠팡은 누적된 방대한 납품업체 데이터를 활용해 모방 제품을 출시하고, 경쟁제품의 검색 순위를 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경쟁사업자를 고사시키고 있다"며 "대형마트 피비상품 문제와 비교하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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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인기를 얻은 납품 제품을 베껴 자체브랜드(PB·피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비상품 순위 조작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다만 공정위는 이런 행위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제재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29일 공정위가 공개한 ‘쿠팡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건’ 의결서에는 쿠팡이 납품업체 제품을 모방해 피비상품을 제작한 구체적 정황이 적시됐다. 공정위는 의결서에 “쿠팡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 판매 상품 중 주로 판매량과 수익성이 좋고 생산공정이 단순한 상품을 선별해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생산했다”고 적었다. 이는 자사 상품(피비상품+직매입상품)을 우대하기 위해 검색 순위를 조작한 의혹과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포착된 내용이다. ‘검색 순위 조작’과 관련해선 지난 6월 공정위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재 방침을 공개했으나 모방 의혹에 대한 조사 내용이 외부에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결서에는 쿠팡의 모방 과정과 그 이후 관리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담겨 있다. 우선 부문별 1∼100위 상위 상품 가운데 판매량과 수익성, 제작 공정의 단순성을 잣대로 모방 대상 상품을 추렸다. 다만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상품은 피비 제조 대상 상품에서 제외했다.
모방한 피비상품 출시 뒤에는 검색 순위와 판매량을 추적·관리했다. 이때 공정위가 불공정행위로 제재한 허위 리뷰 및 검색 순위 조작 등을 일컫는 ‘부스팅’(밀어 올림)이 등장한다. 공정위는 쿠팡 피비상품 자회사 직원이 “(피비상품이) 부스팅 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라는 내용을 기록한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방한 피비상품 중엔 인위적 순위 조작으로 1위 상품으로 올라선 정황도 나타났다. 의결서에는 “피비상품이 1위 상품이 됐고, 원본상품 검색순위는 하락함”, “피비상품이 1위 상품이 되면서, 경쟁 원본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함” 등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확보한 쿠팡 내부 문서에서 발췌한 문구가 등장한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쿠팡이 납품업체 제품을 모방해 피비상품을 기획·출시한 뒤에 해당 상품이 1위가 될 때까지 추적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의 이런 모방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지 않았다. 쿠팡이 모방한 제품들은 직매입 제품으로, 소유권이 쿠팡에 있는 터라 관련 제품 디자인 등 관련 데이터 역시 쿠팡 소유로 볼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납품업체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쿠팡 납품업체 대표는 한겨레에 “우리 회사 납품 제품을 쿠팡이 똑같이 만든 뒤 100원가량 저렴하게 판매했다”며 “1년도 안 돼 우리 제품 판매량은 10분의 1로 줄었고, 결국 해당 제품의 납품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납품 중단 뒤 모방 피비상품 가격은 올랐다”고 덧붙였다. 납품업체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간접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쿠팡은 누적된 방대한 납품업체 데이터를 활용해 모방 제품을 출시하고, 경쟁제품의 검색 순위를 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경쟁사업자를 고사시키고 있다”며 “대형마트 피비상품 문제와 비교하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쿠팡 쪽은 “쿠팡이 납품업체 제품을 카피(복제)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22년 특허청 디자인팀이 해당 사안을 검토했으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쿠팡은 중소기업 등 모든 정당한 권리 보유자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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