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일 옹호’ 교과서 전국 1곳 채택 그칠 듯···사실상 퇴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가 현재까지 전국 1곳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친일 인사, 독재 정권을 옹호한 서술로 논란을 일으켰던 교과서가 정규 교육 체제에서 사실상 퇴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현황을 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내년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 2084곳 중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1·2를 고른 학교는 경기 소재 고등학교 한 곳뿐이었다. 한국사 교과서 채택 여부가 아직 취합되지 않은 전남 소재 고등학교 10곳은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반 공·사립 고등학교 채택률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교과서 채택을 논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도 그간 불거진 각종 논란을 의식해 결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일반 공·사립 고등학교가 아닌 특성화학교로 분류되는 대안학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교과서 내용, 필진 구성, 검정 과정 등에서 논란이 됐다. 내용적으로 친일 인사를 옹호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축소해 비판이 나왔다. 한국학력평가원 필진들은 친일파 인사들에 대한 직접적 평가는 유보하고, 주제탐구 형식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중립적인 서술로 보이지만 역사학계는 이같은 접근 방식이 친일파의 책임을 희석시킨다고 비판했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이승만 정부의 독재를 ‘장기 집권’으로 표현하는 등 독재 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던 교과서포럼의 <한국현대사>가 주제탐구 자료로 인용되기도 했다. 제주 4·3사건과 여수·순천 10·19사건 희생자를 ‘반란군’으로 서술해 문제제기를 받은 뒤, 반란군 표현을 삭제했다.
필진 일부는 뉴라이트 성향에 가깝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건호 교육부 청년보좌역은 필진에 참여하고도 교육부에 겸직 신청을 하지 않고 검정 결과 발표일이 다가와서야 필진에서 사퇴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출판 실적으로 증빙한 문제집이 2007년에 낸 문제집을 표지갈이한 것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김수기 한국학력평가원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간 야당과 역사학계, 역사 교사들은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검정 통과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2013년에도 일부 학교에서 역사왜곡 논란에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자 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교학사를 최종 선택한 학교는 2곳에 불과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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