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관련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 주요 피고인,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채민석 기자 2023. 3.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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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경찰서 관계자 5명·용산구청 관계자 4명 모두 혐의 부인
”도의적·행정적 징계 외에 형사적 책임은 인정 못해”
법원, “검찰 공소장에 시간·적용 법조 등 오류” 이례적 지적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52)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등 주요 피고인들이 첫 재판에서 제기된 혐의를 부인했다.

17일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이 전 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5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은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정보보고서 삭제 라인’인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에 대한 재판 이후 두 번째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공판이 열리기 전에 검찰 측과 피고인 측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방법에 대해 논의를 하는 절차다.

피고인들은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 전 서장 등 경찰관 5명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은 혐의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직접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서장은 푸른색 수의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녹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으며,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는 사복차림으로 자리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뉴스1

◇ 이임재 “형사적 책임 져야 한다는 데 동의 못해”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등에 경비 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아 참사를 키우고, 참사 후에도 이태원 파출소 도착 시간을 상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하도록 하는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송 전 실장과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찰관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청소년과장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생활안전과 경위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날 검사 측은 피고들에 대해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데이 때 사전 대비 의무를 소홀히 했고, 당일 조치도 미흡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일부는 사고 관련 조치 상환 보고와 관련해 도착 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 및 행사했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서장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도의적 책임과 행정적 징계를 떠나 형사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전 실장 측 변호인도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 측 관계자 3명도 방청석에 앉아 공판준비기일을 지켜봤다. 핼러윈 참사 희생자 이민아(25)씨의 아버지인 이모씨는 “유족 측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피고인들은 설명조차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며 “재판에서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희생자들이 왜 사망했는지, 경찰은 왜 이를 막지 못했는지 진실을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위해 증인신문 절차 등을 통해 공소사실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심리를 우선 진행한 뒤, 피고인 별로 주의의무가 무엇인지, 대응 조치를 소홀히 했는 지, 주의의무 위반과 참사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중심으로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서장 등 5명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4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 용산구청 관계자 “핼러윈 축제, 재난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 아냐”

이날 오전 11시쯤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도 진행됐다. 박 구청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자리했다. 유승재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도 출석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데이 참사와 관련해 지역 재난 예방 관리에 미흡했고 사고 후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 규모를 키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참사 후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게 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 과장은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 부구청장과 문 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 측을 비롯해 용산구청 소속 피고인 4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박 구청장 측은 핼러윈데이 축제는 용산구의 재난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이 아니며, 참사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와도 관련해 보도자료가 나간다는 것만 알고 내용은 몰랐으며, 보도자료의 명의권자나 발제권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문 국장 측과 유 부구청장, 최 과장 측도 유사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용산구청 소속 피고인들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4월 17일 오후 2시 30분에 있을 예정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뉴스1

◇ 재판부, 공소장 오류 지적… “적용 법조 잘못됐고 시간 흐름 안 맞아”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잘못 기재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시간대의 흐름, 즉 타임라인이 중요하다”며 공소장에 일부 시간의 오기와 적용 법조에 오류가 있어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적용 법조부터 잘못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형법 제234조를 적용한다고 공소장에 적었는데, 이는 위조사문서 행사죄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이를 허위공문서와 관련된 형법 제227조의 오기라고 지적하며 공소장 정정이나 변경 등을 요청했다.

이 전 서장의 과거 근무 내역 중 ‘1993년 7월 6일부터 같은 해 5월 25일까지 근무’라고 적힌 부분이나, 참사 대응과 관련해서도 ‘10월 29일 오후 23시 36분에 무전 지시를 한 차례 한 뒤 22시 55분쯤 파출소로 향했다’고 언급된 부분의 시간 흐름이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문 국장에 대한 공소장에서도 ‘10월 29일 23시 21분쯤 용산구청 당직사령에게 전화를 받고 상황을 인지한 뒤, 같은 날 오전 12시 5분쯤’이라고 적힌 부분에 시간상 오류가 있다는 점도 발견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시간이 맞지 않으면 사실관계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오기나 오류 기재 부분이 있으면 공소장 정정이나 변경 신청서 등을 통해 서면으로 법원에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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