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비회원 대상 로켓배송 문턱을 높이며 멤버십 중심의 수익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와우 멤버십'의 체감 효용을 극대화해 유료 가입을 유도하는 한편 저수익 고객군을 정리해 물류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핵심 소비층인 4050세대의 이탈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수익성 개선의 지렛대가 될지, 고객 이탈을 부추기는 악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쿠팡에 따르면 오는 4월 중순부터 비회원 로켓배송 무료 기준을 기존 ‘할인 전 금액’에서 ‘할인 후 실결제액’ 기준으로 변경한다. 지금까지는 쿠폰 등을 적용하기 전 금액이 1만9800원을 넘으면 무료배송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각종 할인을 제외한 최종 결제 금액이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표면적인 기준선은 유지하되 실질적인 배송비 문턱은 높인 셈이다. 다만 와우 멤버십 회원은 기존처럼 금액 제한 없는 무료배송 혜택이 유지된다. 쿠팡 관계자는 “서비스 운영 효율화와 정책 조정을 통한 내실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혜택 격차’로 와우 전환 유도
이번 정책 변화는 멤버십 중심의 ‘록인’ 전략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비회원의 이용 문턱을 높이고 회원 혜택은 유지해 체감 혜택 격차를 확대함으로써, 멤버십의 비용 절감 효과를 부각해 유료 멤버십 전환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이는 저수익 고객 구조를 체질 개선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그간 비회원 무료배송은 플랫폼의 물류비 부담은 키우는 반면 수익 기여도는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회원 고객은 할인 혜택은 누리면서 물류비 부담은 플랫폼에 전가하는 구조였다”며 “쿠팡이 이러한 저수익 구간을 축소해 배송 건당 효율을 높이고 유료 전환율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쿠팡은 외형 성장과 별개로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2025년 연간 매출 약 49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음에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한 115억원에 그쳤다. 연간 영업이익률 또한 2023년 1.93%에서 2025년 1.38%로 3년 연속 하락세다. 물류비 상승과 신사업 투자, 개인정보 유출 대응 비용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신뢰 회복 전 상향…경쟁사 반사이익 촉매 되나
문제는 이번 조치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층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결제 단위가 작은 1인 가구나 소량 구매자의 경우, 쿠팡의 강점인 편의성보다 비용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2만원 상당의 상품에 500원만 할인이 적용돼도 최종 결제액이 기준선 미달로 처리돼 3000원의 배송비가 발생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물건을 추가 구매해야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비회원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재유입 경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멤버십 해지 이용자는 비회원 상태에서 서비스를 재경험한 뒤 재가입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초기 이용 부담이 커질 경우 경쟁 플랫폼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쿠팡의 이용 지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3484만명에서 올해 2월 3364만명으로 두달새 약 120만명 감소했다. 결제 규모 역시 위축되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전체 카드 결제 추정액이 전년 대비 약 10% 줄어든 가운데 충성 소비층인 50대(12.4%↓)와 40대(9.5%↓)의 감소폭이 두드러지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 틈을 타 경쟁사들은 무료배송 기준을 낮추고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며 신규 유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도착보장)와 G마켓(스타배송)은 각각 2만원, 1만5000원 선의 기준을 유지 중이며 쓱닷컴(쓱배송)은 새벽배송 문턱을 2만원으로 낮췄다. 11번가(슈팅배송)는 멤버십 유무와 상관없이 단일 상품 무료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이용자가 10% 이상 증가한 점은 쿠팡 이탈 수요가 경쟁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일정 수준의 이용 문턱을 높이더라도 유료 멤버십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비회원 이탈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체 서비스가 늘어난 만큼 장기적으로 정책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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