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몰고온 ‘1번달걀’ 유통 혼선 “답답하네”

이민우 기자 2024. 10.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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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면서 전국 가금농장의 방사사육이 전면 금지됐다.

이런 가운데 사육환경 번호 '1번'이 표시된 달걀 유통에 대해 정부부처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농가·업계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10월 고병원성 AI 특방 기간 시행을 앞두고 1번 달걀 유통이 또다시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8월 하순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신문고에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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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방사 금지령 불똥 여전
농식품부, 법 준수땐 판매가능
식약처, 유통불가 모호한 태도
“방역 따랐는데 범법자 될 지경”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사육환경 번호 ‘1번’(방사사육)이 표시된 달걀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면서 전국 가금농장의 방사사육이 전면 금지됐다. 이런 가운데 사육환경 번호 ‘1번’이 표시된 달걀 유통에 대해 정부부처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농가·업계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2일 전북 군산 만경강 일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고병원성 AI H5형 항원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이어 10일에는 방역관리 강화대책을 내놓으며 내년 2월28일까지 모든 가금농장의 방사(방목)사육을 금지했다.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관계자는 “고병원성 AI는 농장간 수평전파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별방역대책 기간(당년 10월~익년 2월)에 외부 방사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동물복지 달걀 유통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초 정부 방역 조치에 따라 방사사육이 금지됐을 때 달걀에 사육환경 번호 1번을 표시하는 것은 현행 규정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관련 업계에 전달해 달걀 유통이 중지된 바 있다(본지 8월30일자 8면 보도).

식약처 고시(‘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사육환경 번호 1번은 사육환경이 ‘방사사육’일 때, 2번은 ‘축사 내 평사’일 때 표시할 수 있다. 업계에선 10월 고병원성 AI 특방 기간 시행을 앞두고 1번 달걀 유통이 또다시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8월 하순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신문고에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특별방역대책 기간 시행을 일주일가량 남긴 9월27일에 와서야 “자유방목은 실외에 방목장을 갖추고 동물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실제 방사사육 하지 않으면 1번을 표시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관계자는 “1·2번 달걀의 가격 차이는 1개당 100원이나 된다”며 “식약처 방침이 유지되면 정부 방역정책에 협조한 농가들의 손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식약처가 1번 달걀 유통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대형마트의 달걀 바이어는 “식약처가 1번 표시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판매를 하지 말라고 분명하게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며 “대형마트들은 위험 요소를 안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올초 판매를 중단했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 식용란수집판매업체 대표도 “올초 특별방역대책 기간 대형마트들은 1번 달걀 판매를 중지했지만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며 “이처럼 업체마다 방침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중간유통인과 산란계농가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식약처 방침이 농식품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장기적으론 소비자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비판도 있다. 앞서 농식품부는 8월 하순 산란계 방사사육 기준이 담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과 관련한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문의에 대해 “법이 정한 자유방목 시설 기준을 준수한 산란계농장은 특별방역대책 기간에도 ‘동물복지 자유방목 농장’을 표시해 달걀을 판매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즉, 난각에 ‘1번’ 표시를 해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남 산청의 한 동물복지 산란계농가는 “식약처가 방침을 변경하지 않으면 ‘자유방목 농장 인증’과 ‘2번(평사 내 사육)’을 동시에 표시해 출하할 수밖에 없다”며 “모순된 표시로 인해 소비자 불만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관별 규제가 충돌하는 만큼 부처간 조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용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경제연구실장은 “식약처 방침이 유지되면 정부 방역정책을 따른 농가들이 범법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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