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전문사 출범 요원…고비용 부담, 예비인가 신청 끊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자본금 설립 요건이 완화됐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보험사 형태를 갖추기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만 100억원 이상 필요한 데다 인적, 물적 고정비용 등 부대비용에 요구자본 등 소기업이 충족하기에는 허들이 너무 높다." (펫테크 A 업체 관계자)

※펫테크=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합쳐진 신조어.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제공하는 것을 함의한다.

#2. "사업계획에서 20억원 외에 실질적으로 들어갈 비용이 많다. 비교적 단순한 상품을 취급하는데도 대기업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다." (인슈어테크 B 업체 관계자)

이 같은 토로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펫보험(반려동물보험) 전문 자회사 '마이브라운(가칭)'에 보험업 영위 예비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펫보험 전문 자회사에 뛰어들 업체가 늘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추가 예비인가 신청은 저조했다. 관련 업체들이 사업추진 결정을 보류하면서 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핏펫, 파우치준비법인, 스몰마켓 등 펫보험 전문보험사 설립을 준비해온 업체들이 금융위 측에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인가를 접수하면 정식 심사를 위한 영업·물적·인적 조건을 맞춰야 하는데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유일하게 예비허가를 받은 마이브라운은 삼성화재에서 지분투자를 받아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높다. 삼성화재 퇴사자들이 마이브라운을 출범시켰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면 대다수의 다른 회사는 소규모에 독립된 업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펫용품 커머스, 헬스케어 등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운영해 소비자와 접점이 있으며 해당 서비스 제공에 비교우위를 가진 플랫폼이나 인슈어테크 기업은 자본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아 보험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비인가 신청이 부진한 이유로 비용 문제가 꼽힌다. 자본금 요건 외에 시스템 구축, 인건비, 임대료 등 추가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스템 비용만 100억원이 족히 필요하다고 귀띔힌다.

또 당국에서 주문한 지급여력비율 100%를 충족하려는 자본확충이 필요하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 경기불황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며 대규모 투자유치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자본요건 등 절차를 다 거쳐 보험사 인가를 받아도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펫보험 진출 기업이 많지 않아 상품개발 활성화가 더뎌진 탓이다.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펫보험은 개와 고양이를 제외하면 상품이 전무하다. 결국 보험업에 신규 진출해도 기존의 대형보험사와 비슷한 상품을 두고 경쟁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펫테크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설립요건 등 규제가 완화되면 더 많은 소액 단기보험사가 설립될 수 있을 것"이라며 "펫테크 업체가 가진 빅데이터 등을 보험상품에 결합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할 상품이 많아지면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의 효용성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업체들은 "보험사 설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대신 상장이나 자체 펫보험 컨설팅 서비스를 추진하며 자본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자본을 늘리고 역량을 키워 보험사 설립 기회를 엿보겠다는 의미다.

일례로 핏펫은 상장 준비와 함께 자체 영업 및 판매 노하우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대리점(GA) 스마트커버인슈어런스를 설립한 뒤 5개 손해보험사와 제휴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파우치준비법인은 투자유치 금액이 목표치에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 예비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