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투자 해치, SSG는 해법 알고도 왜 못 고쳤나

SSG 토마스 해치가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101구 10피안타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을 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7.33에서 7.62로 더 뛰어올랐다. KBO 데뷔 후 6번째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단순한 적응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더 뼈아픈 대목은 SSG가 이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달 넘게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SG가 해치를 데려온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에이스로 낙점됐던 미치 화이트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고 대체 카드였던 히라모토 긴지로마저 기대에 못 미치자, 6월 초 새 투수를 다시 찾아 나선 끝에 영입한 선수가 해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데려올 수 있는 투수 풀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트리플A 선발로 꾸준히 뛰던 해치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SSG는 그에게 총액 59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억원을 투자하며 내년까지 함께할 자원으로 판단했다.

이날도 해치의 구속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포심과 투심 모두 최고 152km까지 나왔고 무브먼트도 준수한 편이었다. 진짜 문제는 구속이 아니라 결정구의 다양성에 있었다. 해치가 주로 쓰는 커터와 슬라이더, 스위퍼는 성질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궤적을 공유한다.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변화구가 없다 보니 타자들은 오히려 타이밍을 잡기가 수월해진다.

사실 이 문제는 처음부터 알려져 있었다. 계약 당시부터 SSG 코칭스태프는 결정구의 단조로움을 걱정하며 커브나 체인지업처럼 반대 궤적을 가진 구종을 더 적극적으로 섞어보라고 조언해왔다. 커브는 평소 잘 던지지 않던 구종이라 당장 쓰기 애매했지만, 체인지업은 각도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런데 해치는 이 체인지업에 좀처럼 자신감을 갖지 못했고 그 대가가 이날까지 이어졌다.

SSG는 이날 해치 본인의 판단보다 포수와 전력분석팀의 리드에 무게를 둔 볼 배합을 시도했다. 1회는 패스트볼 위주로 힘을 실었고 2회에는 체인지업이 좌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며 제 몫을 했다. 문제는 3회였다. 이 회에만 39개의 공을 던졌는데 커터가 13개, 스위퍼가 8개로 비중이 쏠렸고 체인지업은 한준수에게 2개, 박정우에게 1개를 던진 단 3개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그 세 개의 체인지업은 땅볼과 빗맞은 안타로 이어지며 다른 구종보다 나은 결과를 냈지만, 정작 아는 해법을 경기에서 써먹지 못한 셈이 됐다.

이 패턴은 해치 한 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시즌 SSG가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 대부분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 시즌 초 합류한 앤서니 베니지아노도 문제를 고치지 못한 채 물러났고 타케다 쇼타 역시 같은 수순을 밟았으며, 히라모토 긴지로는 교정할 시간조차 없이 곧바로 퇴출로 이어졌다. 이는 스카우팅 단계의 실패로만 볼 수 없는, 문제를 발견한 뒤 실제로 고쳐내는 코칭 시스템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 결과가 이 모든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줬다. 선발 싸움에서 밀린 SSG는 타선에서도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고, 2-5로 뒤진 6회 2점을 더 내준 데 이어 8회에는 5점을 한꺼번에 헌납하며 2-12까지 벌어진 끝에 백기를 들었다. 이숭용 감독은 후반기부터 벤치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외국인 투수 교정과 경기 운영, 불펜까지 기존 약점은 이날도 그대로 반복됐다. 답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SSG에 필요한 건 새로운 처방이 아니라 실행력 그 자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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