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한 AI 칩 업계, 2026년에도 성장세 지속 전망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26년에는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핵심 부품 부족과 AI 기업들의 수익화에 대한 우려는 과제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제공=엔비디아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5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합산 매출은 4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6년에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고 여러 주요 기술 기업들이 자체 칩을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에 따르면 엔비디아, 인텔, 브로드컴, AMD, 퀄컴의 합산 매출은 538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모회사들이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나 아마존의 맞춤형 칩 매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한 해 동안 엔비디아의 GPU와 기타 하드웨어 판매만 전년 대비 78% 증가한 38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AI 연구소,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첨단 GPU H200과 B200를 앞다퉈 확보하려 하고 있다. 2025년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 엔비디아는 AI 추론 가속화를 위한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스타트업 그록과 200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빠르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AI 추론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번스타인 엔비디아의 계약 발표 이후 “추론 워크로드는 더 다양하고 새로운 경쟁 영역을 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칩을 선보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구글은 TPU, 아마존은 트레이니엄과 인퍼렌시아를 출시해 고객을 늘리고 있다. 오픈AI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브로드컴 같은 맞춤형 칩 설계 기업과 협력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AMD는 2026년에 엔비디아의 AI 프로세서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GPU를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0월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전력 변압기와 가스터빈 같은 부품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고 운영업체들은 컴퓨팅 클러스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부품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칩에 필요한 초박형 실리콘 기판과 메모리 칩이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와 AI 추론이 주목받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고객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며 이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러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요 수혜자로 꼽히며 그 덕분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었다. 다만 대규모 클린룸과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수요를 충족할 수준으로 늘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오픈AI와 같은 기업들이 칩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AI 관련주가 급락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의 상당 부분은 아마존, MS, 오라클 등과 수십억달러의 컴퓨팅 파워 계약을 맺은 오픈AI가 주도해 왔다. MS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2026년에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027년에는 붐이 둔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DA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2026년이 정점일 가능성도 있다”며 “3월 말이 돼도 오픈AI가 1000억달러를 조달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면 시장은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수요가 장기적으로 유지돼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AI용 기술 유통업체인 서큘러테크놀로지스의 브래드 개스트워스 글로벌 리서치 총괄 “이번이 정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범용인공지능(AGI)을 향한 경쟁이 고객 전반에 걸쳐 막대한 컴퓨팅 수요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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