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가 미국제 F-35를 포기하고 자체 5세대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전투기 이름은 'KAAN'입니다. 튀르키예 신화에 나오는 '위대한 통치자'라는 뜻이죠.
터키항공우주산업(TAI)의 한 임원은 최근 미국 항공전문지 '에비에이션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F-35든 유럽의 타이푼이든 필요합니다. 하지만 50년, 100년 뒤를 생각해보세요. 우리 자손들이 계속 다른 나라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까요?"
튀르키예가 이렇게 독자 전투기 개발에 나선 데는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 S-400을 구매하자, 미국은 튀르키예를 F-35 프로그램에서 쫓아냈습니다.
당시 튀르키예는 F-35를 100대나 주문한 상태였죠.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 무기를 사면 우리 최신 전투기는 못 판다"며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아직 갈 길 먼 튀르키예의 꿈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KAAN은 2024년 2월에 겨우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원래는 전시용으로 만든 모형을 급하게 개조해서 날린 것이었죠. 지금까지 딱 두 번 하늘을 날았을 뿐입니다.
튀르키예 기술자들이 현재 제작 중인 첫 번째 시제기 3대(P1, P2, P3)는 초음속 비행에 최적화된 공기흡입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더 발전된 시제기 3대(P4, P5, P6)도 곧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 후에는 실제 양산할 전투기들이 기다리고 있죠.
가장 큰 문제는 엔진입니다.

지금은 미국제 F110 엔진을 쓰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2029년까지 자체 엔진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나요?
전 세계에서 전투기 엔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정도뿐입니다. 중국도 아직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죠.
"혹시 사실래요?"...사우디와 인도네시아의 관심
재미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벌써부터 KAAN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적입니다. 튀르키예 언론들은 "사우디가 KAAN 100대를 사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 군 참모총장이 직접 튀르키예를 방문해서 논의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정말 살 건지, 아니면 그냥 관심 있는 척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거죠.
실제로 튀르키예 언론 보도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신문은 "사우디가 100대 구매 확정!"이라고 하고, 다른 신문은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신문은 "관심을 보였다" 정도로만 쓰고, 제일 조심스러운 신문은 "설명을 들었다"고만 보도했죠.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대통령도 가세했습니다.

"우리도 KAAN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죠. 하지만 한 분석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투기 살 것처럼 말하는 건 외교에서 아주 싸고 쉬운 방법이에요. 친구도 사귀고, 협상력도 높이고, 일석이조죠."
튀르키예의 야심찬 계획과 현실의 벽
TAI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물론 힘듭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본 가장 복잡한 비행기는 농업용 경비행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라고 하니... 하지만 우리는 해낼 겁니다."
또 다른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이 우리한테 ITAR(국제무기거래규정) 때문에 이것저것 못 팔겠다고 하잖아요? 좋아요. 우리가 직접 만들죠. 시간이 좀 걸릴 뿐이에요."
튀르키예는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2024년 말까지 자국산 엔진 설계를 검토하고, 2029년에는 시제기에 자국산 엔진을 장착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4년이 지나고 2025년이 왔지만 튀르키예산 엔진 설계는 계속 연장되었고, 언제 완성될 지 모른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목표는 부품의 80~90%를 국산화하는 것이죠. 심지어 스텔스 도료(레이더에 안 잡히게 하는 특수 페인트)도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곧 완공될 레이더 반사 측정 시설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KAAN 프로젝트의 불확실한 미래
하지만 전문가들은 KAAN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 기술적 난관이 너무 많습니다. 튀르키예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전투기를 독자 개발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최첨단 5세대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죠. 게다가 전투기 엔진까지 동시에 개발하겠다니, 이는 거의 자살행위에 가깝습니다.

중국만 해도 수십 년간 엔진 개발에 매달렸지만 아직도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둘째, 돈 문제입니다. 전투기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미국의 F-35 개발에는 약 4,000억 달러(약 520조 원)가 들었죠.
이것도 순비 개발비용만 이정도고, 업그레이드 개발비용까지 합치면 1조7000억 달러(약 2430조 원)의 개발비가 투입되었다고 알려져 있습ㄴ다.

튀르키예 경제가 이런 규모의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현재 튀르키예는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셋째, 국제 협력의 부족입니다. 현대 전투기 개발은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F-35도 9개국이 협력해서 만들었고, 유럽의 유로파이터도 4개국이 공동 개발했죠.
KF-21만 해도 어찌되었건 명목상은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거의 혼자서 이 일을 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과 일부 협력 협정을 맺었다고 하지만, TAI 관계자조차 "정식 협정은 아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넷째,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입니다.
사우디와 인도네시아가 관심을 보인다고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충분한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독일의 견제와 튀르키예의 고립
설상가상으로 튀르키예는 당장 필요한 전투기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타이푼 전투기를 사려 했지만 독일이 반대하고 있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독일 정부가 튀르키예에 대한 타이푼 수출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에르도안 정권의 정적 탄압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무기 수출 중단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했죠.
이러한 국제적 고립은 튀르키예의 방위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TAI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설령 KAAN의 성능이 F-35의 80%에 그친다 해도, 무기 시스템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인 데다가, 5세대 전투기와 엔진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은 거의 무모한 도전입니다.
게다가 F-35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죠.
하지만 튀르키예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오스만 제국을 500년간 지켰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음 100년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KAAN이 그 시작입니다."

결국 KAAN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전투기 개발을 넘어 튀르키예의 미래 100년을 위한 도전이라는 점입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국의 국방을 자국의 무기로 지키려는 튀르키예의 노력은 매우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