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내는 빛이라면… 별보다 반딧불이[2030세상/박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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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나는 반딧불'의 인기가 꾸준하다.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내고 별은 항성이 아닌 이상 어딘가에서 나는 빛을 반사한다.
다만 나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부러워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별과 반딧불이 중에서 고르라면 기꺼이 반딧불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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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의 계기가 된 것은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의 크리스마스 강연이다.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의 연관성을 밝힌 위대한 과학자다. 그는 당대의 엘리트 과학자와 달랐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를 자퇴한 뒤 교회 주일학교에서 공부했다. 제본공 견습생으로 일하다 과학자 험프리 데이비를 만나 과학자로 성장했다. 그런 배경 덕인지 그는 융숭한 대접을 거부했다. 빅토리아 여왕이 그에게 사후에 뉴턴이 묻힌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어주겠다고 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패러데이는 대신 과학의 대중화에 힘썼다. 그는 영국왕립협회에서 19번이나 대중 강연 연사로 활동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강연은 1860년의 촛불 강연. 영국왕립협회 선정 역대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강연이기도 하다. 그는 양초 하나를 들고나와 양초가 불에 타는 현상으로 화학 전반을 소개했다. 강연이 끝나고 패러데이가 했다는 말이 유명하다. “다이아몬드가 밤에 찬란하게 빛나는 것도 불꽃 때문입니다. (촛불의) 불꽃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불꽃이 없으면 빛날 수 없습니다.”
삶을 긍정하려는 밴드의 진심을 오해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을 하늘의 별과 냇가의 개똥벌레로 나눈다면 나도 벌레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나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부러워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별과 반딧불이 중에서 고르라면 기꺼이 반딧불이가 되고 싶다. 내 힘으로 스스로 작은 빛을 내어 손 닿는 곳을 밝히는 일도 가치 있고 멋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의 일을 선택해서 나름 애쓰며 살아 왔다.
세상에는 다이아몬드나 행성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딘가에서 오는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요즘 그런 이들이 각종 알고리즘의 흐름 속에서 더욱 반짝이며 수많은 사람의 눈길과 동경을 끈다. 모두 그런 별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자리에서의 반딧불은 노력하면 될 수 있다. 나는 누군가의 강렬한 반사광보다 나의 작은 빛이 좋다. 내 자리에서 내가 낼 수 있는 고유하고 또렷한 빛을 내고 싶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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