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만든 회사는 이스라엘의 페이퍼컴퍼니"
BAC컨설팅 "이스라엘 페이퍼 컴퍼니"vs"중계인일 뿐"
전문가들 "최소 수개월, 수년간 걸린 작전"
최소 32명 사망 수천명 부상…어린아이도 숨져
NYT “BAC 컨설팅, 이스라엘이 만든 페이퍼컴퍼니”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전현직 국방·정보 당국자 12명을 취재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휴대전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무선호출기를 사용할 것을 강조한 이후, 이같은 작전을 계획했다.
이스라엘은 헝가리를 본사로 둔 BAC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표면적으로 이 회사는 대만회사인 골드 아폴로의 위탁생산업체였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페이퍼컴퍼니었다. 이같은 진술을 한 정보요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BAC 외에도 최소 2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
BAC는 일반 고객들에게도 무선호출기를 판매했지만, 진짜 목표는 헤즈볼라였다. 헤즈볼라 측에 판매하는 무선호출기 배터리에는 강력한 폭발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를 넣었다. 무선호출기는 2022년부터 레바논에 수출되기 시작했으며, 나스랄라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이후부터는 수출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배터리에 폭발물이 내재돼 있었을 가능성은 여러 전문가들도 제기하고 있다.
헤즈볼라에 가까운 정보통은 AFP에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최근 수입한 통신기 1000개 중 일부”라며 “출하 단계에서부터 공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는 “단순히 리튬전지가 비정상적인 부하로 안전장치가 무효화되며 일어나는 폭발 수준이 아니다”라며 “소형의 플라스틱 폭약이 배터리와 함께 탑재돼 통화나 송신에 따라 원격조작으로 기폭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 애널리스트로 현재 미국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올리티즈’에 소속된 마이크 다미노 역시 배터리 과열보다는 기기 내부에 작은 폭발물이 내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이것은 전통적인 파괴 공작”이라며 “이러한 작전은 수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을 요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부 요원들은 이 호출기를 때가 되면 누를 수 있는 ‘버튼’이라고 불렀다”며 “이번 주가 그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5일 내각에서 헤즈볼라와의 전투로 쫓겨난 7만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북부 안보 상황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BAC 컨설팅 “난 중계인일 뿐”…아이콤 “모조품 가능성”
BAC 컨설팅은 이번 폭발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를 2002년 설립한 크리스티나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난 무선호출기를 만들지 않는다. 나는 중계인(intermediate)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그녀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영국 명문대학에서 수학한 학자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변화와 입자물리학, 세계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전문성을 지닌 학자가 레바논에 대만제 무선호출기를 어떻게, 왜 팔게 됐는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BBC는 재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BAC의 선적기록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링크드인에 게시된 회사 브로셔에는 유럽위원회와 영국 국제개발부(DfID) 등과 협력관계라는 소개가 있지만 영국 외무부는 “조사 중”이라면서도 이 회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당국은 문제의 회사가 헝가리에 제조나 운영 시설이 없는 무역 중개업체임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코바치 대변인은 “신고 주소에 관리자 한 명이 등록돼 있고 언급된 장치(폭발한 장치)는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라면서 “헝가리 국가안보기관은 모든 관련 국제 협력기관·단체와 공조하고 있다. 헝가리에 이 사건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8일 폭발한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에 대해서도 일본 기업은 사건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무전기에는 ‘아이콤’이라는 사명과 함께 ‘made in japan’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이콤 담당자는 “보도에 나와 있는 기기를 보면 정품이라는 홀로그램이 붙어있지 않다”며 “가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콤에 따르면 폭발한 무전기는 IC-V82라는 해외 전용 육상 업무용 무선 통신기로 10년 이상 판매됐다. 해외서 모조품이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2013년 8월 이후 기기 본체에 정품이라는 홀로그램을 붙였으나, 2014년 이후에는 출하 자체를 중단했다고 한다.
연이은 무선호출기 및 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최소 32명이 죽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다. 확인된 사망자 중에서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파티마 압둘라의 이모는 그녀가 아버지의 무선호출기를 가져다주려다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파티마는 9살이었다.
CCTV 등을 통해 살펴보면, 폭발이 어떤 메시지가 도착한 직후 발생했기 때문에 사망자 및 부상자 다수는 눈과 손 등에 부상을 입었다. 메시지를 보려고 무선호출기를 집어든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걸 계획한 사람은 호출기가 누구에게 있을지 몰랐다”며 “이 공격에는 무차별적인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폭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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