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CEO 20년]⑦ 하나증권, 그룹 부회장이 되는 자리

블로터가 20년간 지켜본 증권사 수장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봅니다.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전경 /사진 제공= 하나증권

하나증권이 최근 20년 동안 세운 대표이사는 7명이다. 대부분 증권 대표를 맡으면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자리에 올랐는데,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는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드문 사례다. 증권이 그룹 안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달라지는 흐름이 대표 인사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하나증권 대표를 지낸 인물은 △김지완 △양용승 △임창섭 △장승철 △이진국 △이은형 △강성묵 일곱 명이다. 퇴임 대표의 평균 재임 기간은 40개월로, 20개 증권사 평균인 50개월가량을 밑돈다.

앞선 세대는 4~5년씩 자리를 지켰다. 2008년 2월 취임한 김 전 사장이 49개월, 2012년 6월부터 임 전 사장이 57개월, 2010년 6월 각자대표로 선임된 장 전 사장이 76개월을 채웠다. 2016년 3월 대표에 오른 이진국 전 사장도 60개월을 재임했다.

계보에는 별도 법인도 걸쳐 있다. 2008년 11월 하나대투증권에 흡수합병된 하나IB증권에서는 임 전 사장과 이찬근 전 사장이 대표를 맡았다. 임 전 사장은 합병 이후 다시 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겨 두 회사에서 모두 수장을 지낸 인물이 됐다.

흐름이 바뀐 것은 2021년부터다. 그해 3월 취임한 이은형 전 사장이 21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뒤를 이은 강성묵 사장 역시 취임과 동시에 그룹 부회장을 겸했다. 강 사장은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지주 사내이사를 겸임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다.

앞선 사례와 비교하면 이동의 방향이 다르다. 김 전 사장은 하나대투증권을 떠난 뒤 BNK금융 회장을 맡았다. 계열 밖으로 나간 것과 그룹 상층부로 올라간 것은 성격이 다른 인사라는 얘기다.

증권 대표가 그룹 부회장을 겸하게 된 배경에는 은행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시너지부문 아래 있던 기업투자금융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나눠 확대하고, 이를 총괄하는 투자·생산적금융부문을 신설하면서 강 사장에게 그룹 차원의 총괄 권한을 맡겼다.

강 사장은 구원투수로 투입된 경우다. 하나금융은 2023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던 그를 증권 대표로 발탁하며 투자은행에 편중된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 중심으로 넓힐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당시 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순손실 3000억원에 가까운 적자 상태였다.

이력도 은행 쪽에 가깝다. 상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하나은행 경영지원·영업지원그룹장과 부행장을 거쳤고, 하나UBS자산운용 부사장을 지낸 뒤 2022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에 올랐다. 운용사 대표를 맡은 지 1년 만에 증권 대표와 그룹 부회장을 동시에 맡게 됐다.

체질 개선은 진행형이다. 하나증권은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665억원, 당기순이익 206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7.3% 늘어난 반면 순이익은 8.0% 줄었다. 주요 증권사가 일제히 실적을 키운 해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올해 상반기에는 3000억원에 가까운 순익을 내고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453억원, 당기순이익은 2716억원이다.

이와 같은 실적 성장은 이례적인 증시 호황과 강 사장의 리테일·자산관리 강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배수진의 각오로 생존을 걸어야 하는 해"라며 발행어음과 AI를 강조했다. 동시에 하나증권이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약세를 보인 리테일과 자산관리 사업의 중요성을 짚었다.

강 사장 체제에서 리테일 사업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2025년 말 유잔고 고객 수는 211만명으로 임기 시작 시점이던 2022년 말 137만명 대비 5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객 잔고는 65조원에서 129조원으로 98.5% 늘어났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0억 이상 고객 수 비중이 40%를 넘었다. 패밀리오피스본부를 신설해 초고액자산가와 기업 오너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체계를 강화한 결과다.

디지털 인프라를 고도화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냈다. 하나증권은 토큰증권(STO)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전사 IT 리빌드를 완료했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도 병행했다.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를 홍콩 소재 푸투증권·엠퍼러증권과 일본 캐피탈파트너스로 확대했다. 앞으로 미국 웨드부쉬 등으로 서비스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다음 승부수는 발행어음이다. 강 사장은 지난해 말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고, 발행어음 인가를 발판으로 조달 기반을 넓히는 데 힘을 싣고 있다. 1분기 채권자본시장 대표주관 9위, 인수금융 6위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투자은행 부문 영업이익은 487억원을 기록했다.

조달한 자금은 투자로 연결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이어갔고 자동차 부품업체 인수금융과 엘리베이터 지주사 대출에도 참여했다. 발행어음으로 모은 돈을 모험자본으로 돌려 수익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강 사장을 두고 "비상경영체제 전환과 조직개편,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실적을 턴어라운드했다"고 평가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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