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냉방이 잘 된 실내보다 더 깊이 시원한 공간을 찾고 있다면 울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태화강동굴피아’를 주목해보자.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이곳은, 단순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일제강점기의 흔적과 의미를 담은 역사 체험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족 나들이든 혼자만의 여행이든, 이곳에서 만나는 시원함은 감각적인 경험 그 이상이다.

1942년, 태평양전쟁을 대비해 일본군은 울산 비행장을 군용으로 개조하며 인근 신정동 남산과 여천천 일대에 군수물자 보관용 인공 동굴을 여러 개 조성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이 동굴들은 조선인의 강제 노역이라는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태화강동굴피아’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총 4개의 동굴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통해 관람객에게 깊은 여운을 전한다. 첫 번째 동굴인 ‘역사체험관’에서는 일제강점기 울산의 생활상과 삼산비행장의 역할, 강제 노역의 실상을 실감 나는 전시로 마주할 수 있다.

단순한 자료 전시가 아닌, 실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역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 있는 공간이지만,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단연 ‘서늘함’이다.
외부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에도 동굴 내부는 자연스럽게 낮은 온도를 유지해, 무더위 속 작은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태화강동굴피아의 매력은 단지 시원함이나 진지한 역사 이야기만이 아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두 번째 동굴 ‘어드벤처 체험관’과 세 번째 동굴 ‘스케치 아쿠아리움’은 교육과 오락이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어드벤처 체험관’은 동굴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손전등을 들고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듯 걸어가는 경험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과거의 흔적을 흥미롭게 체험하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어서 만나는 ‘스케치 아쿠아리움’은 벽면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것이 스크린 속 수중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동굴이라는 공간의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태화강동굴피아의 마지막 공간인 제4동굴은 ‘이벤트관’으로, 계절별 전시와 특별 프로그램이 수시로 바뀌며 진행된다. 여름엔 은하수 조명과 함께 시원한 동굴 속에서 빛의 전시가 펼쳐지기도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분위기의 테마 전시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연한 전시 구성 덕분에 같은 장소라도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재방문하는 관람객도 많다.
특히, 동굴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 곰돌이 인형, 물고기 벽화, 은하수 터널 등 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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