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어떻게 굴려야 할까?
직장인의 노후대책 수단에는 기본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노후자금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재산이나 자동차 관련 세금이나, 지역건강보험료 그리고 주거 관련 관리비 등 고정생활비는 현역일 때나 은퇴한 이후나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이런 고정생활비의 부족분을 해결하는 수단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그런데 퇴직연금(DC형)이나 IRP 가입자 중에는 여전히 은행 정기예금으로 그냥 맡겨두는 정도로 운용하고 있다. 현업이 바쁘고 경제나 금융에 대한 지식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매번 수익률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이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을 가지고 주식이나 ETF 같은 투자를 한다면 수시로 증권계좌를 들여다보고 수익률이 마땅치 않으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탈까 고민을 하는데 비해 퇴직연금은 직장생활에 묻혀서 거의 방치하디시피 한 것이다.
사회초년생의 경우는 퇴직연금에서 운용되는 금액이 적겠지만, 퇴직 시점이 가깝거나 이미 퇴직해서 IRP로 퇴직금을 받은 사람이라면 수익률 관리 여부에 따라 매월 수십만원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이 나거나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직장생활을 수십년 해 온 사람이라면 대개 집 다음으로 큰 재산이 퇴직연금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은퇴 준비를 위한 초장기 연금류 상품에서는 정답을 찾는 것보다 투자 과정에 충실한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을 단타로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매수와 매도의 투자타이밍이 중요하겠지만, 퇴직연금은 은퇴 이후까지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연금 상품이다. 그러므로 투자성향과 포트폴리오를 감안하여 투자설계를 한 후에 유지하는 기간 내내 운용 관리에 힘을 쓴다면 적어도 해지한 후 다른 용도로 전용할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가입한 퇴직연금 종류부터 알아보자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본인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종류를 먼저 확인해 보자.
DB형인지, DC형인지 그리고 IRP도 추가로 가입했는지부터. 만약 재직 중인 회사가 재무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면서 연봉인상률이 장바구니 물가상승률을 상회한다면 연금운용에 대해 고민을 할 것도 없이 그냥 DB형을 선택하면 회사가 알아서 퇴직금을 운용해 주게 된다.
아마도 일부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는 언제 부도가 날지 또는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 입장일 테니 DC형일 것이다. 특히 임금피크제에 해당되면 아무리 건실한 회사라고 해도 퇴직연금의 구조상 DC형으로 변경해야 한다. 즉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의 경우에는 운용 방법을 미리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자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펀드상품은 다양하다
퇴직연금에서 운용할 수 있는 펀드상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을 살펴보면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인컴펀드(TIF), 타깃리스크펀드(TRF)가 있다.
타깃데이트펀드(TDF)는 가입 시점에서 미래의 은퇴 시기에 맞춰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조절해 주는 방식인데 2016년 출시 이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TDF는 최근 시행된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에 다수 포함된 대표적인 연금 상품으로 꼽힌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TDF는 투자자가 예상한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주식처럼 위험한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국채처럼 안전한 자산의 비중을 기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특별한 재무플랜이 없는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은퇴를 포함한 생애주기에 맞춘 프로그램에 따라 자산 배분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TDF에는 2030, 2040, 2050 같은 숫자가 붙는데 이는 예상하는 은퇴의 연도를 뜻한다.
은퇴 연도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은 높이고 주식 비중은 낮추는 식으로 운용된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경우 TDF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은퇴 시점이 임박하면 뒤이어 설명할 타깃인컴펀드(TIF)를 통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하면서 위험을 방어하는 것도 권장할 만한 운용 방식이다.
타깃인컴펀드(TIF)는 은퇴자금이 고갈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용방식이다. 국내외 배당주를 비롯해 선진국과 신흥국의 채권 또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분산 투자해 매년 일정한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후 대비 자산을 최대한 지키면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데, 사례를 들어보면 H신탁운용의 TIF는 80개국 채권과 일부 글로벌 주식에 분산 투자해 원금을 최대한 지키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타깃리스크펀드(TRF)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투자 시점부터 정해놓은 만큼 일정 수준 이상 위험을 감수하기 꺼리는 안정형인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연금 상품이다.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인컴펀드(TIF), 타깃리스크펀드(TRF) 모두 상장지수펀드(ETF)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가령 TRF는 S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TRF F3070·5050·7030 ETF 등 3종이 상장돼 있는데, 네 자리 숫자 중 앞 두 자리는 주식 비중, 뒤의 두 자리는 채권 비중을 뜻한다.
투자 경험 부족하다면, 디폴트옵션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투자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고 정답도 없는 영역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 성향을 고려한 기대수익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투자 리스크를 잘 조합하여 예상가능한 투자 결과를 도출하려는 것이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투자 과정의 관리라고 할 수 있는데 본인의 투자 성향도 명확하지 않고 투자 경험이나 지식도 미흡하다면 퇴직연금에 새롭게 도입된 디폴트옵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폴트옵션이란 사전지정운용방법이라고 부르는데 퇴직연금 DC형 가입자가 특정한 운용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면 금융회사가 자동적으로 사전에 지정된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도록 하는 투자 방식이다. 개인에게 장기적인 자산 운용을 요구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단점을 이 제도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말 기준으로 223개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이 판매 및 운용되고 있으며, 운용 중인 상품의 6개월 수익률 평균은 5.8%로 매우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S증권사의 디폴트옵션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확정기여형(DC) 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해당 증권사의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를 지정한 경우에 투자금을 최초 입금한 다음 날부터 2주 이내 투자자의 별도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사전지정운용방법에 따라 적립금이 운용된다.
그리고 가입 후 만기가 있는 상품(정기예금, 이율보증보험계약 등)으로 운용방법을 선정한 경우 해당 상품의 만기일로부터 4주가 지났을 때로부터 2주 이내에 투자자의 별도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에는 사전지정운용방법에 따라 적립금이 운용된다.
수익률 목표는 은행이자 2배 정도로!
퇴직연금은 원금만 지킨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그냥 안전자산인 은행 정기예금 위주로만 운용할 것이라면 퇴직연금제도에 의한 노후재정설계를 할 필요성이 감소한다.
투자 기간이 초장기이고 정부의 세제지원까지 등에 업고 가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은행이자율의 2배 수준 정도를 목표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특별한 운용 방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디폴트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TDF 등과 같은 프로그램화 된 운용 전략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 소장
※ 머니플러스 2023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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