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지키면서 추억으로 다시 칠한 옥인동 한옥 리모델링

도심 속 한옥_ 종로 옥인재

어렸을 때부터 간직했던 할머니 댁 한옥의 추억. 그 추억을 자양분 삼아 건축주는 옥인동의 오래된 한옥을 깔끔하게 고쳐냈다. 오랜 시간 묵은 때를 털어낸 한옥은 머무는 이들의 추억을 새롭게 쌓아간다.


기존에는 욕실이었던 작업실과의 연결성을 높이기 위해 본채에서 구조를 빼 위에 유리를 얹고, 마루를 연장해 소통이 편리하도록 했다.

건축주는 어린 시절, 방학이 돌아오면 한옥인 할머니 댁에 놀러가곤 했다. 할머니 댁 처마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즐기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던 나날은 어린 그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월이 흘러 아파트에 살며 세계 여러 나라와 집을 둘러볼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추억 속 한옥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건축주는 부암동을 시작으로 서울 곳곳의 한옥을 수년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옥인동 좁은 골목 안에서 온화한 노부부가 살던 한 한옥을 만났다. 칸이 깊고 골목 쪽으로는 전면과 후면이 겹치는 겹집 구성이어서 면적에 비해 넓은, 보기 드문 도시 한옥이었다. 집을 보자마자 그곳에서의 삶이 그려진 건축주는 집을 바로 매입했다.

건축주는 처음 가벼운 수리 정도를 생각했지만, 목수와 함께 본 한옥은 주요 부재와 서까래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무이원의 양수민, 박진경 소장은 한옥의 큰 틀을 유지하고 대부분의 부재를 교체하는 대수선을 결정했다. 두 번의 겨울을 나는 긴 시간 끝에 한옥은 ‘옥인재’가 되었다.

건축주는 한옥을 한옥답게 고치길 바랐다. 근래 유행하는 많은 한옥 스테이가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주는 이국적인 변주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국적 정서와 가치를 잃지 않는 집을 원했다. 건축가의 설계는 기존 한옥이 가진 겹집 구조나 진입로와 마당의 관계 등 흐름과 구성을 흐 트러뜨리지 않는 데에 초점을 맞춰졌다.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면 ‘ㄱ자’ 형태의 안채와 과거에 물치(장독대가 있는 건물)였던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무허가 건축물이었던 물치는 철거 후 작업실로 다시 지어졌고, 안채와 작업실 사이는 마루와 한식 구조 틀, 그 위로 유리 지붕이 놓여 소통에 불편함을 줄였다. 안채에 들어서면 주방과 공간을 공 유하는 대청을 중심으로 오른편으로는 안방이 놓였다. 주방과 대청의 분리, 방의 성격 구분은 건축가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시선과 분위기가 충돌하지 않고, 가구는 기능을 담되 한옥의 정서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조율했다. 옛 한옥에서 부엌이었던 공간은 욕실이 되어 마당을 사이에 두고 작업실을 마주 보는 형태가 되었다. 주방의 한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화장실이 딸린 또 다른 침실을 만날 수 있다.

옥인재가 준공된 후 건축주는 이 공간을 혼자 쓰기보다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을 선택했다. 수입도 수입이지만, 많은 이들이 도심 속에서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쉼을 즐겼으면 한다고. 그리고 조금 더 먼 미래에, 다양한 사람들과 그만큼의 이야기가 가득 쌓인 옥인재 처마 아래서 느긋하게 쉴 날을 고대하고 있다.

옥인재의 대문. 오른편으로는 창고를 겸한 작업실로 바로 통하는 문이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옥인재. 작업실 지붕에 놓인 옹기들이 장독대를 연상시키며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 든다.
기존에 붉은 벽돌로 마감되었던 담장은 장대석 위에 와편을 얹어 한옥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도록 마감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지면적 : 119㎡(35.99평)
건물규모 : 지상1층
거주인원 : 1명
건축면적·연면적 : 75.01㎡(22.69평)
건폐율·용적률 : 63%
최고높이 : 5.29m
구조 : 지상 – 한식목구조(안채) / 경량목구조(공방)
단열재 : 압출법보온판 90㎜(벽체) / 압출법 보온판 50㎜(지붕)
외부마감재 : 외벽 – 한식 미장 / 지붕 – 한식 기와 3겹 잇기
담장재 : 장대석 위 와편 쌓기
창호재 : 홍송목재 24㎜ 복층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석 : 포천석
조경 : 건축주직영
전기·기계·설비 : SD엔지니어링
시공 : 건축주 직영(현장소장 : 정승호 / 대목 : 정태도)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무이원

Plan, Process & Detail


대청에서 바라보는 마당. 문 위로 고창이 있어 실내에서 하늘을 볼 수 있고, 풍부한 채광이 가능하다. 조경은 원활한 관리를 위해 적정선만 남겨두었다. 다만, 건축주는 못내 아쉬웠다고.
예전에 부엌이었던 공간은 작업실을 마주보는 욕실로 탈바꿈했다. 향긋한 히노끼 욕조 안에서 목욕하며 풍경을 즐긴다.
옥인재의 뒤는 옆 건물의 담장으로 막혀있지만, 창을 시원스럽게 열었다. 약간의 틈새지만 식물을 식재해 훨씬 여유로워졌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한지도배, 삼화페인트 / 바닥 – 한지장판지, 원목마루(오크) / 천장 – 한지도배, 한식미장
욕실·주방 타일 : 수입 포쉐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수전·도기류), catalano(세면대), 히노끼메카(편백나무 욕조)
주방 가구 : dbdb studio(원목 제작 가구)
조명 : 신주삼성조명
현관문 : 국내산 소나무
방문 : 국내산 소나무 위 창호지 도배

주방가구는 현대적인 기능과 형태로 제작했다. 다만, 한옥에 어울리게 재료와 컬러는 신중하게 선택했다.
주방 안쪽의 침실. 담장과 주택 사이 틈새 공간은 수납장을 만들고 미닫이문으로 가려줘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주방과 대청은 같은 축선상에 놓여있지만, 시선과 분위기가 충돌하지 않도록 가구를 활용해 적절히 구분해줬다.
콩기름을 먹인 전통 장판이 깔려 있는 안방. 자개장은 처음 설계에서부터 반영해 꼭 맞춘듯 자리해있다. 사진 왼편에도 수납공간을 두었다.

건축가 양수민·박진경 : 무이원 건축사사무소

무이원건축사사무소는 자연과 삶, 구조와 감각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2020년 설립되었다.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건축을 지향하며, 삶의 흐름을 담는 공간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한옥 설계와 2024년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작 ‘미로헌’을 통해 전통과 현대, 도시와 자연을 잇는 건축적 태도를 실천하고 있다. www.mooione.com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6월호 / Vol. 31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