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남편이 남기고 간 수산 중매인, 매출 100억 만든 억척 여수 아줌마

여수 수산물 가공 및 유통 전문 기업 어부수산
어부수산의 송영희 대표. /어부수산

매일 새벽 전남 여수의 수협 공판장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뚫고 모여드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치열한 경매 현장에서 날카로운 안목과 호방함으로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중매인 122호’ 어부수산의 송영희(70) 대표는 가족 생계를 위해 서른살 수산업에 뛰어들어 그만의 수산업 왕국을 이뤘다. ‘가시를 완벽하게 제거한 갈치’ 등의 가공 수산물로 연매출이 100억원에 육박한다. 송 대표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 싱싱한 국내산 수산물을 가장 편하게 먹는 법

어부수산 순살 갈치. /어부수산

어부수산은 수산물 가공 전문 기업이다. 여수 수협 중매인인 송영희 대표가 경매장에서 직접 수매한 싱싱한 원물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가공 공장으로 직송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과 신선도를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어부수산은 1300평 부지에 건평 250평 규모의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척기, 절단기, 포장기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이다.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오염 우려 없이 생선을 말릴 수 있는 냉풍 건조기도 갖추고 있다.

반건조 민어. /어부수산

여수 대표 수산물인 민어, 삼치, 갈치를 비롯해 고등어, 조기, 서대, 가자미 등 여수 수협 공판장에 출하되는 거의 모든 어종을 아우른다. 원물 확보부터 손질, 포장까지 한 번에 처리해 구매자는 집에서 간편하게 국산 수산물을 즐길 수 있다.

최고 인기 상품은 반건조 손질 민어, 순살 갈치, 손질 삼치다. 민어는 국내산 녹차에 침지해 비린내를 줄이고 감칠맛은 극대화했다. 생선 본연의 형태를 살려 손질한 통민어와 펼쳐 손질한 할복 민어 두 종류가 있어서 용도별로 선택하면 된다. 갈치와 삼치는 먹기 좋게 뼈와 가시를 발라냈다. 수령 후 별도의 손질 없이 바로 요리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 생선 팔아 의사, 변호사를 키운 엄마

어부수산 반건조 할복 민어를 구운 모습. /더비비드

송 대표는 서른 살 무렵 세 남매를 키우기 위해 남편과 함께 수산업에 뛰어들었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가족을 위해 생선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생선 보는 눈이 부족해 비싼 생선을 싸게 팔아 손해를 본 적도 있다. 그렇게 다진 안목은 송 대표의 자산이 됐다.

갈치, 조기, 오징어, 삼치 등을 군납하며 회사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남편을 지병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졌다. 슬픈 현실에 굴하지 않고 수산업을 지속해 회사를 연매출 90억원대 기업으로 키웠다. 세 자녀도 훌륭하게 컸다. “삼남매가 잘 자랐어요. 병원장, 대기업 변호사 등 자기 영역을 다지며 인생을 멋지게 꾸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생선 팔아서 자식을 의사와 변호사로 키웠습니다.”

수협 공판장에서 경매에 참여 중인 송 대표. /어부수산

송 대표는 남편 사후 15년간 중매인으로 활동했던 남편의 중매인 자격을 승계했다. 수협 중매인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수산업종에 5년 이상 종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매 물건값을 즉시 지급할 수 있는 경제력과 생선 고르는 안목이 뒷받침돼야 한다.

처음엔 생선을 종류별로 구분도 못했는데 이제는 생선의 눈빛만 봐도 신선도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전문가가 됐다. “수산물은 직접 보고, 만져봐야 합니다. 특히 눈이 중요해요. 생선에도 눈빛이 있어요. 생선과 친구가 된다는 마음으로 좋은 개체를 골라야 하죠. 이 일을 오래했지만, 아직도 매일 새벽 4시부터 공판장에 가서 최고 품질의 원물을 직접 찾아 나섭니다.”

생선에 기름기가 돌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 2월까지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이 시기의 생선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지방을 축적해 생선이 기름집니다. 차가운 수온 덕분에 육질엔 탄력이 생기죠. 그러다 봄이 오면 영양분이 알에 가서 기름기가 떨어지고, 육질도 푸석푸석해집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원물을 비축해야 합니다. 하루 15톤~20톤의 생선을 수매하죠.”

◇ 맞벌이 시대, 밥상의 불편을 기회로

송 대표는 매일 경매장에서 신선한 원물을 구매한다. /어부수산

맞벌이 가구 증가 같은 시대 변화는 밥상의 풍경을 바꿔 놨다. 송 대표는 주부들의 필요를 일찌감치 포착해 수산물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생선을 사고 싶어도 손질이 번거롭고 냄새가 나 망설이는 주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우고, 얼마나 바쁘겠어요. 저도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생선은 맛있고 건강에도 좋지만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이런 주부들의 고민을 읽고 고등어, 갈치 같은 생선을 손질해서 팔아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경매장에서 확보한 원물은 1차로 바닷물에 세척한다. /어부수산

본격적으로 가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수 수협 공판장 근처에 가공 공장을 지었다. “원물이나 가공품이나, 생선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신선함입니다. 공판장 바로 옆에 공장을 마련해, 원물 이동 시간을 최소화했습니다. 생선을 수매하자마자 가지고 와서 바닷물에 씻어요. 수돗물로 세척하면 육질이 말랑말랑해지는데, 바닷물에 씻으면 탄력을 유지하죠. 깨끗하게 씻은 생선은 절단한 후 비늘을 치고, 내장을 제거합니다.”

생선을 손질 중인 모습. /어부수산
포를 뜬 삼치. /어부수산

관건은 생선 종류별로 가공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민어는 형태를 살려 손질한 통민어와 펼쳐서 손질한 할복 민어 두 종류가 있습니다. 통민어는 제수용이나 구워 먹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나비처럼 활짝 펼친 할복 민어는 민어찜에 적합하죠.”

삼치와 갈치 역시 철저히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가공한다. “길이 30cm에 달하는 대자 삼치는 머리와 등뼈를 모두 제거한 필렛 형태로 만들어 가시 걱정 없이 바로 조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순살 갈치의 시작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갈치를 1마리 단위로 판매하면 너무 비싸고, 개체별 크기 차이가 커서 이를 표준화 하기 위해 손으로 잔가시를 발라서, 포를 떴는데요.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렸어요. 이 일을 계기로 저도 홈쇼핑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손질 완료된 생선은 낱개로 포장해서 배송한다. /어부수산

모든 생선은 국내산 소금으로 염지한 후 포장한다. “삼치와 갈치는 국내산 천일염, 민어는 정제염으로 밑간을 합니다.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살렸죠. 저희만의 염지 비결은 소금물에 소주를 타는 겁니다. 소주 속 알코올이 비린내를 꽉 잡아주죠. 민어는 유통사의 요청에 따라 별도의 침지 과정을 거칩니다. 다시마에 침지하는 제품도 있고, 고성 녹차 우린 물에 담그기도 해요. 소주 탄 소금물과 특별 재료에 침지하는 과정까지 거치면 비린내 없이 생선의 풍미만 남습니다.”

손질된 생선은 현재 전용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 “그 집 생선 좋다” 그 한마디를 위해

어부수산 가공 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송 대표. /어부수산

여수 수협에 등록된 중도매인 중 수산물 가공까지 아우르는 이는 거의 없다. 어부수산은 틈새 시장을 파고든 덕에 약 99억원 안팎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여수 지역에서 손꼽히는 수산물 가공기업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홈쇼핑은 물론 주요 온라인몰 등 이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1차 가공품을 납품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과테말라로 한국 수산물을 수출 중이다.

송 대표는 약 40년간 수산업에 종사했지만 여전히 생선이 맛있다고 말했다. “삼치는 구워서 스테이크를 해먹는 걸 추천해요. 색다르게 먹고 싶다면 계란물을 입혀 전처럼 먹어도 맛있습니다. 갈치는 역시 조림이죠.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민어입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조기를 고급 생선으로 추켜 세우던데요. 통민어 한번 먹어 보면 그 말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민어를 쪄서 여수식 간장 양념을 올려 먹어보세요. 별미가 따로 없습니다.”

큰 욕심은 없다. 한결같이 살아가는 게 목표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좋은 생선만 골라 판매하는 것이 제가 바다에서 배운 유일한 규칙입니다. ‘그 집 생선 좋다’는 한 마디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어요. 연 매출 100억원 돌파 같은 큰 목표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어부수산을 찾는 분들의 식탁을 좋은 수산물로 채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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