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판단 어렵다’던 가짜뉴스, 방심위는 안다?

이상원 기자 2023. 10. 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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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능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모든 인터넷 언론사 콘텐츠를 심의 대상으로 확대한다. 헌법과 법률상 난관이 있다. 내부 반발도 나온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앞줄 가운데)이 9월19일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 공청회’에 참석했다.ⓒ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9월18일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법 제도를 개선해 근본적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마련하되, 우선 현재 가능한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가짜뉴스를 퇴출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한 패스트트랙’ 중 하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기능 확장이다. 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신속 심의와 후속 구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9월21일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사 콘텐츠도 심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헌법과 법률상 이 조치는 다층적 난관을 떠안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면 없는 ‘인터넷 언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언론은 자사 기사를 인터넷 포털이나 홈페이지에 올린다. 사실상 모든 언론사가 대상인 셈이다. 지금까지 방심위는 방송 외의 인터넷 언론 기사를 업무 영역으로 삼지 않았다. 보도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면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가 다뤘다. 언중위의 업무도 심의는 아니다. ‘중재’와 ‘조정’이다. 언중위 중재부가 개입하되 당사자 양자의 합의가 필요하다. 언론사가 반론·정정보도를 거부하면 이의제기자는 소송을 통해야 한다. 방심위가 모든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심의는 일방적 처분이다. 방심위는 이제 포털사이트의 언론사 기사를 차단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다. 일각에서는 민간기구가 인터넷 언론 기사에 강제조치를 부과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2012년 헌법재판소는 방심위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법(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라 설립되었고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하며 △법률상 심의 규정에 위반되는 경우 제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결정은 방심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방심위 처분은 공권력 행사이므로, 그 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권한에 따른 책임도 부과한 것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민간기구의 권한에 대한 법적 해석보다, 민간기구와 행정기관 사이에 놓인 방심위의 현실을 함께 살펴야 더 잘 보인다. 방심위는 명목상 독립기구이지만 방심위원들은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위원장을 포함한 방심위원 총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위촉한다. 3명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하여 추천, 3명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다. 그런데 위원 해촉은 사실상 대통령이, 소명을 듣지 않고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8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11개월이 남은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해촉했다. 해촉 사유는 업무시간 미준수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이었다. 정 위원장은 법원에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법정에 출석해 “입장을 소명할 기회 없이 통보만으로 해촉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9월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위원 해촉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계약 해지’이므로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방심위가 행정기관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을 두고는 “국민에 대한 행정작용에 국한된다”라고 봤다. 헌재 결정은 방심위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해촉된 방심위원이 국가를 상대로 불복 절차를 밟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9월8일 성명서에서 “근태와 업무추진비로 지적받은 황성욱 상임위원과 정치 중립 위반·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진 김우석 심의위원도 해촉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위원은 국민의힘 추천으로 임명됐다. 김우석 위원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상근 정무특보를 맡았다. 결과적으로 ‘민간기구’라는 방심위의 외피는 정권의 자의적 인적 구성을 정당화하고, ‘행정기관’이라는 본질은 강한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위헌 결정 난 ‘허위사실유포죄’ 부활?

정부가 방심위를 통해 제재하려는 가짜뉴스란 무엇일까. 방송통신위원회법상 방심위는 온라인 정보가 ‘불법 정보’인지 심의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음란한 문언, 공포심을 유발하는 영상’ 따위만 들어가 있을 뿐 가짜뉴스는 없다. 9월27일 국민의힘은 당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장인 윤두현 의원 대표 발의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거짓 또는 왜곡을 통하여 정확한 사실관계를 오인하도록 조작된 허위 조작 정보’ 관련 조항을 넣었다. 인터넷에 이런 정보를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유통 방지 책임을 지웠다. 누군가 허위 정보로 권리가 침해됐다며 삭제를 요청하면, 제공자는 지체 없이 삭제·임시 조치 등을 해야 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가운데)이 9월25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차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법안은 지금은 폐기된 ‘허위사실유포죄’와 닮았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옛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다.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이 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은 뒤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10년 12월 헌재의 위헌 결정(2008헌바157, 2009헌바88 병합)으로 사라졌다. 결정문에서 헌재는 무엇이 ‘공익’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어떤 표현이 공익을 해하는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라고 썼다. 법 전문가나 집행자라고 해도 그 판단이 “언제나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은 아니다”. 재판관 5명은 보충의견으로 ‘허위사실’이라는 개념도 명백하지 않다고 밝혔다.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방심위는 13년 전 헌재 재판관 5명이 어렵다고 본 이 일을 통신심의소위원회 위원 5명에게 맡길 예정이다. 9월26일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켰다. 이날 보도자료에서 “긴급재난 사항,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 사항을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공익’의 모호함에 대해 묻자 방심위 관계자는 “방심위도 인지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가짜뉴스와는 결이 다른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유통된 허위정보)처럼 인터넷 이용 국민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방심위원들은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인터넷 언론 심의에 반발한다. 9월11일 정기회의에서 옥시찬 위원은 “관련 법령이나 심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가짜뉴스와 관련된 일체의 심의를 보류해야 한다. (중략) 방심위가 국가 검열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 역시 “심의 규정에 가짜뉴스 조항이 없다. ‘가짜뉴스를 척결한다’ 등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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