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 분석: 북한, DMZ 근처 '장벽' 건설 중
새로운 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이 남한과 맞닿은 비무장지대(DMZ) 근처 여러 곳에 장벽으로 보이는 듯한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아울러 BBC 검증 탐사보도팀인 BBC Verify가 분석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DMZ 내 토지가 일부 개간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휴전 협정 위반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DMZ란 엄밀히 말하면 평화 조약이 체결된 적 없기에 여전히 전쟁 중인 남북한 사이를 가로지르는 폭 4km의 완충지대다. DMZ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한이 각각 통제하는 두 구역으로 나뉜다.
한편 전문가들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포착됐다.
한국 소재 북한 전문 매체인 NK 뉴스의 슈레이야스 레디 특파원은 “지금으로선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따라 군사적 존재감을 높이고, 이 지역을 요새화하려 하다고 추측하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BBC Verify 팀은 북한이 이 지역에서 어떤 변화를 꾀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북한 사이 지역 7km 구간에 대한 고해상 사진을 의뢰했다.
그리고 DMZ 근처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DMZ 동쪽 끝 약 1km 부분 등 장벽이 세워진 구간은 최소 3곳이다.
경계선을 따라 장벽이 추가로 건설됐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과거 이 지역을 담은 고해상도 사진이 부족한 탓에 정확히 언제 건설 공사가 시작됐는진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11월 촬영한 이미지에선 이러한 구조물이 보이지 않았다.
아산정책연구원 소속 군사 및 국방 전문가인 양욱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구역과 구역을 서로 가른다는 의미로 장벽을 건설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양 박사는 “지난 1990년대엔 북한이 전쟁에 대비해 탱크를 막는 대전차 방호벽을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 북한이 짓고 있는 벽은 2~3m 높이로, 대전차 방호벽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위성 사진을 검토한 양 박사는 “벽의 형태를 보면 (전차를 막기 위한) 장애물보다는 구역을 나누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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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DMZ 내 북한 통제 지역의 토지가 개간된 증거도 발견됐다.
DMZ 동쪽 끝 지역을 담은 최신 위성 사진을 보면 진입로가 새로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다.
BBC는 BBC의 경계선 매핑 연구를 바탕으로 위 지도상의 북한 통제 DMZ 구역 경계를 그렸다. 그렇기에 다른 DMZ 경계 지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버전의 경계선으로 놓고 봐도 DMZ 내 토지 개간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측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군이 “전술 도로 보강, 지뢰 매설, 황무지 개간”과 같은 지속적인 활동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대학교의 반길주 국제안보학과 교수는 “토지 개간은 군사적 혹은 비군사적 목적을 둘 다 지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 교수는 “토지를 개간하면 감시초소를 쉽게 건설할 수 있다”면서 “북한 입장에선 한국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거나 “경계선을 넘어 한국으로 오려는 탈북 시도자들도 포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아시아와 한국 부분을 담당하는 수석부사장이기도 한 빅터 차 교수는 “DMZ 내 구조물 건설은 이례적인 일이며, 휴전 협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은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으며 중단됐는데, 당시 양측은 “DMZ 내에서 또는 DMZ부터 또는 DMZ로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다” 합의했다. 이후 최종적인 평화 종전 협정은 맺어지지 않았다.
물론 지난 수년간 남북한 통일 가능성은 희박한 듯 보였으나, 올해 초 김정은 북한 지도자가 통일의 야망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통일은 북한 당국이 언제나 내세웠던 목표였다.
올해 초 김 위원장이 한국을 “주적”이라고 묘사했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발언이라며, 정책적으로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 이후 북한은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고, 정부 공식 웹사이트에서 통일 관련 언급을 삭제하는 등 남북한 통일을 나타내는 상징물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유럽 및 국제학 연구를 책임지는 라몬 파체코 파르도 박사는 “한국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장벽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러한 장벽 건설을 통해 북한은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장벽 건설은 김 위원장의 다른 행보와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에드워드 하웰 박사는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 협상을 원한다는 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최근엔 일본의 대화 시도도 거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에서 남북한 사이 도발 행위가 증가해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