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 건강이 걱정되면 대부분 짠 음식부터 줄입니다. 찌개에 넣는 간장과 된장을 덜고, 국물도 남기려 애씁니다. 하지만 볶음과 조림을 만들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한 바퀴씩 두르는 조미료는 좀처럼 경계하지 않습니다. 윤기가 흐르고 음식이 먹음직스러워지니 소금보다 건강한 양념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멸치볶음과 연근조림, 불고기와 닭볶음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 조미료는 바로 물엿과 요리당입니다. 물엿을 며칠 먹었다고 췌장 기능이 곧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맛을 내는 액상 조미료를 매일 여러 음식에 반복해서 넣으면 자신도 모르게 첨가당 섭취가 늘고,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에 불리한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췌장을 지치게 하는 진짜 문제는 물엿 한 숟가락보다, 단맛에 익숙해져 계속 더 넣게 되는 반복입니다.

물엿은 전분을 분해해 만든 당류 조미료입니다. 제품에 따라 포도당과 맥아당을 비롯한 여러 당이 들어 있으며, 요리당이나 올리고당 제품도 원료와 당 조성이 서로 다릅니다. 이름에 ‘올리고’나 ‘요리’가 붙었다고 혈당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에 넣은 당은 몸에서 탄수화물로 처리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첨가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중 증가와 비만, 제2형 당뇨병과 심장질환 같은 건강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세계보건기구도 자유당 섭취를 하루 총열량의 10% 미만으로 줄이고, 가능하면 5% 미만으로 낮출 것을 제안합니다. 문제는 물엿이 음료처럼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짠 간장과 고추장에 섞이면 단맛이 가려져, 실제로 얼마나 넣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물엿을 넣은 반찬을 먹으면 음식 속 당이 위장관을 지나 작은창자로 내려갑니다. 소화된 포도당은 장 점막을 통과해 혈액으로 들어가고, 혈당이 오르면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근육과 간, 지방세포 안으로 이동하도록 돕습니다. 원래는 생명을 유지하는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활동량이 적고 복부지방이 늘어난 상태에서 단맛이 많은 식사가 반복되면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췌장은 같은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내보내야 합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혈당 조절 능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도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이 높아지고, 제2형 당뇨병에서는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더 큰 함정은 물엿을 한 번에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조금씩 반복해 먹는 것입니다. 아침에는 물엿을 넣은 멸치볶음, 점심에는 달콤한 제육볶음, 저녁에는 조림 반찬을 먹습니다. 여기에 믹스커피와 빵, 과일까지 더해지면 하루 전체 당 섭취량은 빠르게 늘어납니다. 멸치와 연근, 우엉처럼 원래 건강한 재료도 물엿과 설탕을 듬뿍 넣으면 달콤한 밑반찬으로 바뀝니다. 국자로 붓지 않으니 양이 적어 보이지만, 매 끼니 여러 반찬에서 겹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물엿만 끊으면 췌장이 회복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췌장 건강에는 체중과 유전적 요인, 음주, 흡연, 수면,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과 활동량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물엿은 그중 우리가 비교적 쉽게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요소입니다.

물엿을 줄일 때는 조림의 윤기와 단맛을 다른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양파와 무, 배추처럼 익히면 자연스러운 단맛이 나는 재료를 충분히 넣고, 마늘과 생강·후추·식초로 맛의 폭을 넓혀 보십시오. 멸치볶음은 물엿을 마지막에 듬뿍 두르기보다 견과류와 깨를 넣어 고소함을 살릴 수 있습니다. 불고기와 제육볶음도 양념을 졸여 끈적하게 만들기보다 채소를 넉넉히 넣고 국물 없이 가볍게 볶는 편이 낫습니다. 제품을 살 때는 앞면의 ‘건강한 단맛’이라는 문구보다 원재료와 당류 함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올리고당도 많이 넣으면 당과 열량이 늘어납니다. 혈당이 높거나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반찬의 단맛을 줄이는 동시에 밥의 양과 간식, 음료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물엿과 요리당은 한 숟가락만으로 췌장을 망가뜨리는 독성 조미료가 아닙니다. 하지만 짠맛은 경계하면서 단맛 조미료는 건강한 윤기라고 생각해 매일 반복한다면 혈당과 체중 관리에 불리한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물엿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달지 않아도 맛있다고 느끼는 입맛을 되찾는 일입니다. 오늘 저녁 조림을 만들 때 평소 넣던 양의 절반만 사용해 보십시오. 양파와 마늘, 식초와 깨로 부족한 맛을 채우고 식사 뒤에는 10분이라도 걸어 보십시오. 지금 줄인 작은 한 숟가락이 쌓이면 10년 뒤에도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췌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덜어 주는 조용한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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