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거장 크리스마스카드 망한 사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생전 만든 크리스마스카드가 제대로 망한 사연이 재조명됐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독창적 기법과 표현력으로 유명했던 달리는 크리스마스카드에도 그만의 개성을 채워 넣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를 통해 미국의 카드 제조사 홀마크가 달리와 계약해 판매했던 크리스마스카드 관련 사연을 전했다.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이에 따르면, 홀마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와 전격 계약을 맺고 크리스마스카드를 생산했다. 1946년 잡지 보그(Vogue) 12월호 커버를 장식한 달리의 크리스마스테마에 주목한 홀마크는 1959년 그와 정식 디자인 계약을 체결했다.

달리는 당시 크리스마스카드 10장을 그려주기로 약속하고 현금 1만5000달러(약 1660만원)를 선불로 요구했다. 홀마크는 거장의 그림이 들어간 카드가 대박을 터뜨리리라 내다봤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살바도르 달리의 카드 디자인은 아주 정직했다. 바로 이게 문제였다. 보통 크리스마스카드는 따뜻하고 설레는 느낌을 담는다. 이와 달리 살바도르 달리는 '기억의 지속'이나 '기욤므 텔'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 등에서 보여준 기괴하고 독특한 작풍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동방박사나 말구유의 아기예수, 크리스마스트리 등 소재는 일반적이었지만 이를 풀어낸 그의 디자인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았다.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사진=홀마크 공식홈페이지>

홀마크는 달리의 디자인 10장 중 8장을 용도폐기하고 단 2장만 카드로 만들었다. 이마저도 매출이 신통치 않아 홀마크는 달리의 카드를 제품 라인에서 빼야 했다.

이런 사정은 달리의 모국 스페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가 1959~1976년 판촉용 크리스마스카드 작성을 달리에게 의뢰했는데, 디자인은 역시 특유의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구성됐다. 당연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외면 받았다. 물론 이 카드들은 현재 콜렉터들 사이에선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지만 말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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