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딜러들 사이에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한국산 SUV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비싸게 팔리는데도 고객들이 줄을 선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차의 제네시스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 3만 538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어난 수치다. 이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에 달한다. 중형 SUV GV70은 1만 2,966대로 31.9%, 대형 SUV GV80은 1만 416대로 25.3% 각각 급증했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미국에서 GV80 3.5터보 AWD 모델은 7만 4,300달러(약 1억 300만 원)에 팔린다. 동급 BMW X5 AWD(6만 8,600달러)보다 5700달러,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7만 1,350달러)보다 2950달러 비싸다. 원화로 환산하면 각각 770만 원, 390만 원 더 비싼 셈이다.

이런 역전 현상의 배경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우선 안전성이다. 2021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시속 140㎞ 넘는 속도로 절벽 아래 굴러 떨어진 차량에서 큰 부상 없이 생존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그 차가 바로 GV80이었다. 우즈는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실제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2025년 충돌평가에서 현대차그룹은 15개 차종이 최고 안전등급을 받아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2위 마쯔다(8개)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압도적 성과다. 올해는 뒷좌석 안전 기준까지 대폭 강화해 평가가 더욱 까다로워졌음에도 이런 결과를 거뒀다.

품질과 기술력도 한몫했다. 제네시스는 동급 독일차 대비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최첨단 커넥티비티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경쟁사의 2배에 달하는 10년 또는 10만 마일 보증까지 더해져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격은 비싸지만 총 소유비용(TCO)을 따지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 GV80은 6,840만 원부터 9,717만 원까지 다양한 트림으로 판매된다. 전장 4940㎜, 전폭 1975㎜, 전고 1715㎜의 당당한 체격에 축거 2955㎜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2.5리터 4기통 터보(304마력)부터 3.5리터 V6 트윈터보(380마력)까지 다양한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40~50대 아버지들에게 GV80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성공의 상징'이 됐다. 6,840만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평생 한 번은 타보고 싶은 차'로 통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네시스의 성공은 현대차그룹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SUV도 미국에서 토요타, GM, 포드 대비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으며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 '저렴한 차'의 대명사였던 현대차가 이제는 '비싸도 사고 싶은 차'가 됐다. 브랜드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프리미엄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제네시스가 보여준 이 성공 스토리는 한국 제조업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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