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협회 연례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찾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사흘 연속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꺼내 들었다. 국방부는 공개 반박에 나섰고 여권에서는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온도차가 공개 석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에 머물며 12일 미 육군협회(AUSA) 패널 토론, 1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 14일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행사까지 사흘 연속 한반도 안보 현안을 언급했다. 핵심은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한 평가였다. 임기 내 전환을 추진해 온 우리 정부의 구상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에 나섰다.

"충족해야 할 새 기준이 생겼다"
브런슨 사령관은 그동안 전작권 전환은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13일 CSIS 대담에서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는 합의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준수해야 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조건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14일 행사에서는 "여건이 변화했고 우리 작계도 바뀌었기 때문에 충족해야 할 새 기준이 있다"며 한층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과 러시아 파병으로 위협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도달하는 법을 배웠고, 병력과 무기·장비를 이동시키고 보급선을 구축하는 법을 배웠다"며 "참전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자리에서 "동맹을 이간질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발언도 남겼다.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국방부는 곧바로 반발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개인적인 자격으로 말씀드리겠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을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합의된 조건의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준 자체가 계속 뒤로 밀린다면 전환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문제의식이다. 실제로 미국은 전작권 전환 평가에서 지난해 '충족'으로 판단했던 일부 항목을 올해는 '미충족'으로 뒤집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한미연합사에서 브런슨 사령관과 함께 근무했던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미국 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도 사령관이 기존 합의와 어긋나는 발언을 반복하는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 입을 막으라"는 여권
여권의 반응은 더 거칠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전작권 환수는 한미가 오랜 기간 논의하고 준비해 온 합의 사항"이라며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슨 권한으로 합의 이행에 연일 찬물을 끼얹는단 말인가.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브런슨의 입을 막고 우리 정부가 입을 열라"며 "정부가 지금부터 각을 세우지 않으면 그들의 주도권에 말려든다"고 주장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외에도 중국·러시아 견제 성격의 다영역 특임단(MDTF) 배치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가 오랜 기간 조건과 절차를 합의해 온 사안이지만, 그 조건을 누가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두고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국방부는 양국 국방장관 회담 등 공식 협의 채널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방침이다. 평가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정리되지 않으면 전환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다음뉴스 기사 사진·다음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