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불펜 투수 김태훈이 전광판에 찍힌 137km/h라는 낯선 숫자와 함께 무너졌습니다. 지난 4월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8회 말 구원 등판한 김태훈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피안타와 볼넷을 연발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치부하기엔 구속 하락의 폭이 심상치 않아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팀의 급박한 사정으로 인해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이 독이 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평균 구속 144km를 상회하던 베테랑의 직구가 130km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위력이 급감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태훈의 지난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2km/h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평균 구속은 141.7km/h로 이미 2.5km/h가량 줄어든 상태였으며, 30일 경기에서는 최저 137km/h까지 기록되었습니다.

구속 저하는 제구 난조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63.5%에 달했던 스트라이크 비율은 올해 55.4%까지 급락하며 존 안으로 공을 밀어 넣지 못하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김태훈의 올 시즌 출발은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30.00이라는 충격적인 수치와 함께 불안하게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맞이한 그는 2군에서 단 두 차례 등판한 뒤 지난 4월 24일 1군으로 다급히 호출되었습니다.

박진만 감독은 당시 "콜업이 조금 빨리 된 상황이며 한 게임 정도 더 뛰었어야 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삼성 불펜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베테랑의 이름값이 절실했던 벤치의 조급함이 결국 준비되지 않은 등판을 만든 셈입니다.
불펜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올린 베테랑 카드가 오히려 팀과 선수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
김태훈의 투구 스타일은 높은 코스의 직구로 타자의 시선을 띄운 뒤 낙차 큰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이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직구에 위협을 느껴야 하지만, 137km/h의 직구는 타자가 충분히 눈으로 따라가며 골라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직구의 구위가 떨어지니 타자들은 하이존 공에 속지 않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 감소로 이어집니다. 구속 하락이 단순히 빠르기의 문제가 아니라 김태훈이라는 투수의 전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김태훈은 지난해 12월 FA 재계약을 통해 3+1년 최대 2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삼성에 잔류했습니다. 계약 첫 시즌부터 구속 저하와 부상 이슈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노쇠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올해 10홀드만 더 추가하면 KBO리그 역대 최초인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위로는 기록 달성은 물론 필승조로서의 입지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한 베테랑의 관록이 구속 저하라는 물리적 한계에 직면했다.
30일 경기에서 김태훈이 남겨둔 2사 만루 위기를 막기 위해 김재윤이 투입됐으나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며 경기는 뒤집혔습니다. 극단적인 투수 교체 타이밍마저 실패로 돌아가며 삼성은 치명적인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김태훈의 구속 저하가 단순한 조기 콜업에 따른 일시적 피로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노쇠화인지 추가 단정이 어렵습니다. 다만 감독이 인정한 것처럼 충분한 실전 감각과 체력 회복 없이 베테랑을 소모하는 방식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조급한 콜업이 빚어낸 구속 저하와 패배의 교훈을 뼈아프게 새겨야 합니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김태훈의 직구 구속이 140km 중반대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삼성 불펜 전체의 과부하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향후 등판에서 김태훈의 평균 구속이 회복세를 보이느냐와 벤치의 유연한 투수 운용 방식 변화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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