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용은 동료로, 그 아들은 제자로 ‘황새’ 도왔다

이영빈 기자 2024. 4.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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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대표 ‘이을용 아들’ 이태석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23세 이하)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 3경기를 무실점으로 묶으면서 4골을 넣었다. 3전 3승. 이 중 2골은 코너킥에서 나왔다. 두꺼운 수비를 구축하고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Set piece)로 득점을 노리는 전술이다.

22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일본전도 그랬다. 한국은 이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일본을 1대0으로 꺾었다. 일본이 주도하던 후반 30분 코너킥 기회를 맞은 한국이 김민우의 헤딩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흐름을 뒤집은 끝에 승리를 낚아냈다. 조별리그 1차전 아랍에미리트(UAE)전도 비슷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 시간 한국이 코너킥을 통한 이영준의 헤딩 골로 1대0 신승을 거뒀다.

22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열린 2024 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1-0으로 승리한 한국의 이태석이 기뻐하고 있다. 2024.4.23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선홍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 세트피스를 완성하는 건 이태석(22·FC 서울)의 왼발이다. 이번 대회 코너킥 2골은 전부 이태석이 오른쪽 코너에서 왼발로 감아 올리면서 나왔다. 이태석은 중국전에서 정확한 왼발 땅볼 패스로 이영준의 추가골을 도우면서 2대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태석은 대표팀 이번 대회 4골 중 3골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이태석은 “세트피스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준비했다. 노력이 결과로 나왔다”고 했다.

노력뿐 아니라 유전자 덕도 봤다. 이태석 아버지는 이을용(49) 용인시축구센터 총감독. 선수 시절 정확한 왼발 킥을 가졌던 이을용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세트피스 키커 중 한 명이었다. 튀르키예와 3·4위 결정전에서는 프리킥 골까지 넣었다. A매치 51경기 동안 그 능력을 발휘했다. 선수 내내 아버지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아온 이태석은 “아버지의 왼발이기도 하지만, 내 왼발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래픽=박상훈

이태석은 한일 월드컵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02년 7월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당시 선수 생활을 하던 튀르키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한국에 와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아버지 전 동료들 지도를 두루 받았다. 한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에서 고(故) 유상철 전 인천 감독에게 배웠다. 당시 이강인과도 인연을 맺었다. FC 서울 유스팀인 오산중을 나온 뒤 오산고에서는 차두리 전 오산고 감독 밑에 있었다. 당시 차두리는 주장을 맡았던 이태석에게 “아버지의 그늘, 사람들 시선 등 공통점이 많아 더 마음이 갔던 아이”라고 했다.

지금 대표팀에선 황선홍 감독에게 배우고 있다. 아버지 이을용은 2002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왼발 패스로 황 감독의 첫 골을 도왔다. 이태석은 2022년 새해 첫 대표팀 소집에서 “아버지가 감독님 골을 도왔듯,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황 감독은 2대(代)를 거쳐 도움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을용, 이태석 부자. 2022.4.29/뉴스1

황선홍 감독은 이날 중국전과 비교해 선발 11명 중 10명을 바꿨다.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체력을 비축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경기 내내 정면 대결 대신 수비로 일관한 끝에 ‘한 방’으로 승리했다. 2022년 같은 대회 8강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던 설욕을 갚아내기도 했다. 황 감독은 “모든 경기가 어려웠는데, 특히 한일전은 늘 부담된다.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8강전은 한국 사령탑 지략 대결이다. 상대는 ‘신태용호’ 인도네시아.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다. 3위 안에 들면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지역예선 4위 팀인 기니를 꺾어야 올림픽에 간다. 8강에서 떨어지면 파리로 갈 수 없다는 뜻이다. 신태용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치밀한 전략으로 대회 조별리그에서 호주(24위), 요르단(71위)을 격파했다. 23위 한국도 방심은 어렵다. 8강전은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전 2시 30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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