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역습 준비하는 한동훈, '김대남 녹취록' 배후는 누구?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빼고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가졌습니다. 여권 내 '한동훈 고사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한동훈 공격 사주'의 실체와 친한계 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실, 원내지도부 불러 만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각 상임위원장과 만찬을 진행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고, 당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여당 상임위원장과 간사 등 26명이 자리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를 초청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4일 오후에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결이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원내 지도부만 불러 표 단속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한 대표가 원외라는 이유로 쏙 빠졌는데 '한동훈 패싱'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직전에도 한 대표를 빼고 친윤계 최고위원과 만찬을 했고, 추석 이후인 지난달 24일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한 대표에게 독대 자리를 마련하기는커녕 인사말 기회조차 주지 않았죠.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원외인 한 대표가 원내 대책과 관련해 완전히 소외됐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사건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소리에 4번 얻어맞은 용산
김대남 녹취록 파문은 윤·한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김 전 행정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매체로 불리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눈 대화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 기자는 지난 2022년 1월 김건희 여사와의 7시간 녹취록을 공개했고,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디올백을 직접 구매한 인물입니다. 지난달 18일에는 '이명수 기자의 김건희 여사 심야 개 산책 현장 취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녹취록까지 포함하면 대통령실이 '서울의소리'에 4번이나 당한 꼴입니다.
이번 녹취록은 김 전 행정관과 이 기자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동안 총 5시간가량 통화한 내용입니다. 서울의소리는 지난달 23일 '김 여사가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는 취지의 김 전 행정관 주장을 공개했고, 이어 지난달 30일 한동훈 공격을 사주하는 내용과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시절 당비 70억 원을 들여 자기 대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했다는 김 전 행정관의 주장을 공개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요 대화 내용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죠.
■김대남-"이따가 밤에 내가 그 한동훈이 관련돼 가지고 나온 얘기가 있어가지고 은밀히 내가 전화할 테니까."
■이명수-"예, 형님."
■김대남-"잘 기억해 놨다가 어떻게 좀 공격할 방법을 찾아봐. 그러니까 그 내용에 총선백서에는 얼마나 예산을 쓰고 뭘 어쩌고 저쩌고 하고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 있는 거야. 그런데 그중에 한 70억을 여론조사를 하는 데 썼대요. 이놈이. 그런데 그중에 두 건은 자기 본인이 대권 주자로서 무슨 이런 조사를 했나 봐. 여사 하고, 그러니까 한동훈이 때문에 저게 진짜로 죽으려고 하더라고. 아니, 문자로 보내고 한 거 있잖아. 아니, 배은망덕한 거지. 키워준 사람 아니야, 막말로."
■이명수-"그렇죠, 그렇죠."
■김대남-"외국 갔다 오면 넥타이도 선물해 주고 막 그랬다는 거 아니야. 니네가 이번에 그거 잘 기획해서 서울의 소리에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니네, 이명수 씨가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하겠는데."
◇친윤계 연결고리 있는지 의구심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야말로 여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친한(친 한동훈)계는 친윤(친 윤석열)계의 조직적인 개입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2일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한동훈에 대한 공작을 지시한 김대남의 배후가 있는가. 김대남을 스스로 선택한 자리로 보내줄 정도의 막강한 힘이 개입한 것인가"라며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윤·한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는데요. 김 전 행정관과 좌파 매체 기자의 통화 시점을 보더라도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지난 7월 10일이고, 13일 후에는 7·23전당대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 대표는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 등 다른 당권 주자에 비해 크게 앞서가고 있었죠. 이런 상황을 뒤집기 위해 친윤계가 한동훈 후보에 대한 공격을 사주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서울의소리는 김 전 행정관과 통화 이틀 후인 12일 '한동훈 70억 당비 횡령 의혹'이라는 보도를 하는데요. 보도 전날인 11일에는 전당대회 후보 두 번째 TV토론회가 있었고, 그날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당 비용으로 한 후보 개인 이미지를 조사한 것 아니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합니다. 친한계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친윤계 간 연결고리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언론 공지에서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면서 "김대남과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했던 윤상현 의원은 나경원 의원을 지목하고 있는데요. 윤 의원은 3일 뉴스1 팩트앤뷰에서 "김대남은 한마디로 나경원 캠프의 최고 핵심 참모이다"면서 "이런 사람이 한동훈을 좌파 매체를 통해 때려달라고 한 것은 나경원 대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3일 SNS에서 "김 전 행정관의 행위를 보면 부적절한 행위이지만, 개인적 돌출행동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적 일탈을 조직적 음모니 하면서 더 키워 그들의 탄핵 시나리오의 밑밥을 덥석 물을 꼴이다. 좌파 민주당으로서는 환호작약할 일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윤 대통령 부부 뿐만 아니라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4명의 당권 주자가 모두 소환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김대남 녹취록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꼴입니다.
◇김종혁, "이것저것 보면 북풍공작"
■친한 이상민 국민의힘 전 의원-"그 진상조사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제 당내 일각에서도 갖고 있는 의심은 이게 그냥 한 개인의 일탈, 대통령실에서 얘기했던 대로 일탈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조직적인 어떤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 이런 의심까지 하는 그룹이 있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친한 김경율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그러니까 분명히 객관적 사실에 있어서 한동훈 대표 당시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어떤 서천에서의 만남, 그리고 어떻게 보는 시각에 따라서 1시간, 2시간 가까이 바깥에서 추위에 덜덜 떨면서 기다렸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는데 무릎 꿇는다, 완전히 용서를 빌었다, 이런 것은 본인들의, 대통령실의 희망사항이 투영된 발언이라고 봅니다."(3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친한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어이가 없죠. 이럴 때 쓰는 사자성어가 어이상실인데 제가 어제 다른 방송 나와서 이건 이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김대남은 진영을 팔아먹었구나.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친한 김종혁 최고위원-"이것저것을 들어보면 이게 무슨 옛날에 북풍공작 있잖아요. 남쪽에서 서로 싸우다가 북쪽에다 야, 포를 좀 쏴줘. 이런 식으로 해서 선거에 이용할래. 정말 어떻게 우리 같은 당에서 같은 당의 후보들끼리 경쟁을 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저는 너무 참담했어요."(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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