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환율 폭등에 외환손실 리스크…전문가 "해외투자 신중할 때"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3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폭등하며 국내 증권사의 외환관련손익 하락세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높은 해외 자본 비중 등으로 대응에 나선 가운데 해외투자 확대를 고려 중인 중소형사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부결 등으로 1390원대를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은 1450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돼 달러원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당분간 달러원환율이 1430원대를 등락할 가능성도 크다.

정치 불안이 환율 급등을 부추기는 상황에 국내 증권사들의 외환관련손익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는 "해외 투자자산이 많거나 헤지를 한 증권사는 환율 폭등에도 큰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외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증권사는 투자 비용 증가에 곤란함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산이 많은 증권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이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비중에서 60%를 국내에, 40%는 해외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11조 가운데 40%가 해외에 달러로 구성돼 환율 증가가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는 유리한 구조다"며 환율 폭등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등도 "외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는 없다"며 "투자자산은 환 헤지가 돼 환율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환율의 방향성과 무관한 절대수익 추구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럼에도 현재 급변하는 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유동성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증권사들은 환율 폭등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73곳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 진출을 시도한 중소형 증권사는 대신증권(일본), 한화투자증권(싱가포르, 베트남), 유안타증권(홍콩, 캄보디아), 다올투자증권(태국, 미국), SK증권(홍콩), 리딩투자증권(싱가포르) 등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최근 신흥 시장으로 불리는 인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폭등한 환율은 이들의 해외진출 계획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24년 3분기 국내 증권사 실적 종합 자료 / 사진 제공=금융감독원

사업 계획 차질과 함께 증권사의 금융자산 평가에 따른 외환관련손실도 전망된다. 금감원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증권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61곳의 3분기 외화관련이익은 4201억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2분기 손실이 2411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6600억원대 증가가 있었던 셈이다.

3분기 환율이 1380원대에서 1336원으로 44원 하락하며 외화관련이익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를 앞두고 1조6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달러통화선물 롱포지션(매입)이 감소하며 달러원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2분기에는 환율이 상승하며 2400억원의 외환관련손실이 발생했다. 1330원대에서 1380원으로 상승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며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편 앞으로도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조기 퇴진 가능이 하락한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 지속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경기 하강 위험 억제를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원화 약세의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