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C2024] ‘중력 없어도 따르는 샴페인’…비우주기업의 우주산업 진출 전략은
한때 일부 우주인들만 우주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지는 우주인들에 국한됐다. 그러나 민간인 우주여행 현실화, 유인 달·화성 탐사계획 구체화로 우주 공간 경험 기회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롤스로이스와 같은 전통 제조기업과 제약기업 보령을 비롯해 스타트업들은 우주 공간에 정주하는 우주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과 서비스를 고안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계획을 공유했다. 이들은 비우주기업이 우주산업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기계, 엔지니어링, 모빌리티 등 직접적인 우주탐사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 기업들이 우주산업 진출 스토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미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2024) ‘플레너리 세션(주요 세션)’에서는 제이크 톰슨 롤스로이스 노블 뉴클리어 프로젝터 디렉터, 김정균 보령 대표, 옥타브 드골 스페이드에이전시 대표, 바바라 벨비시 인터스텔라랩 대표가 발표했다. 행사장 중에서도 가장 큰 강당에서 이뤄진 세션의 주제는 ‘비우주산업이 미래 시장을 열어가는 방법’이었다.
제이크 톰슨 디렉터는 항공엔진과 럭셔리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롤스로이스에서 17년 동안 핵추진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탐사에 필요한 소형 원자로를 개발중이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시스템을 설계해왔다.
톰슨 디렉터는 “달과 같은 우주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설계중”이라며 “우주공간에서의 원자력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소형화가 가능해 장기적인 우주탐사에 필수적인 전력원”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잠수함이 운용되는 심해와 우주 환경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산소가 없고 인간이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톰슨 디렉터는 “우주공간에서 소형 원자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우주인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우주 탐사의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 스타트업 스페이드에이전시는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의 거주 경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컨셉트를 제시했다. 옥타브 드골 대표는 “우주환경에서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디자인해야 한다”며 “미세중력 환경에서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페이드에이전시는 우주에서의 특별한 순간을 위한 샴페인 병을 설계해 이 자리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도 샴페인을 따르고 향을 즐기는 방식은 우주인을 우주공간에서 더욱 인간답게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스타트업 인터스텔라랩을 이끌고 있는 바바라 벨비시 CEO는 우주에서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모듈을 개발중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다양한 기후 조건을 재현해 식물을 우주공간에서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벨비시 CEO는 “특수한 우주환경에서 식물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 ISS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터스텔라랩은 달 환경에서 작은 온실을 설치하고 장미를 키우는 ‘미션 리틀 프린스’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인간이 우주에서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달과 화성에서 생명 유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김정균 보령 대표도 발표를 통해 전통적인 제약회사가 어떻게 우주산업에 뛰어들게 됐는지 소개했다. 그는 “제약회사로 인간 건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주에서의 인간 건강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우주 환경에서 인간의 건강과 생존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공격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밀라노=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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