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아니면 500만원…고물가에 추석선물 양극화 뚜렷

백화점 주력 상품 대부분이 10만원 이하…“고물가 시대 소비성향 반영”
ⓒ르데스크

고물가 여파로 백화점 추석 명절 선물 세트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백화점의 다양한 선물세트 중 정작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저가 혹은 초고가 프리미엄 선물로 한정돼 있는 상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추석 선물 세트의 키워드로 ‘초 프리미엄’을 내세웠다.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와인 세트로 꼽히는 ‘샤토 페트뤼스 버티컬 컬렉션(1982년~1990, 1992~2018년 빈티지 36병, 7억600만원)’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롯데가 선보인 수억원대 선물은 과거부터 진행된 백화점 홍보 전략으로 불과하단 평가다. 애초에 수억원에 호가하는 상품인 만큼 일반 소비자들도 재미와 흥미로 바라보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실질적 소비 양극화가 뚜렸해지고 있다. 수억원이 아닌 수백에서 천만원대 선물들이 10만원대 선물들과 함께 전시되며 일부 소비자들로 하여금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최근 백화점에서는 10만원상품과 수백만원짜리 고가 제품이 함께 진열된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만원대 수산물 코너에 함께 올라간 400만원짜리 굴비세트 [사진=르데스크]

기자가 방문한 백화점에는 여기저기 추석 선물을 홍보하는 전시장과 팝업스토어가 가득했다. 대부분 5만원에서 10만원대 저가 제품들로 도배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화려하게 전시된 수백만원대 선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30만원에서 50만원대에 구성된 선물들은 저가와 프리미엄에 끼어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일례로 와인 판매 매장들은 주력 추석 선물 세트 대부분을 10만원 이하로 구성했다. 홍보를 위한 벽에 전시된 상품들 또한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히 10만을 넘지 않았다. 그러다 딱 한 개 6850만원짜리 와인이 디스플레이관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와인 매장 내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10만원을 넘지 않는 와인들이 가장 앞에 진열돼 있었고 그 뒤로는 수백만원짜리 상품들이 즐비했다. 당장 40만원에서 50만원대 와인들의 선택폭은 크지 않았다.

수산물 코너도 상황은 비슷했다. 10만원에서 20만원대 상품들이 주로 구성돼 있는데 그 가운데 400만원짜리 상품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중간 가격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저가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만으로 진열된 패턴은 육류, 과일 등 모든 품목에서 비슷했다.

소비자들은 수백에서 수천만원짜리 상품과 십만원대 상품이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1억원대 초고가 상품의 경우 애초에 넘보기 힘들고 괴리감이 너무 심해 큰 반발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 판매를 위해 전시한 초능한 고가 선물들이 저가 상품들과 함께 있는 것에는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소비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추석 맞이 백화점에 전시된 와인들로 대부분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사진=르데스크]

추석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이미선(45·여) 씨는 “20만원짜리 상품 바로 위에 400만원짜리가 함께 진열돼 있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며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은 선물을 사고 싶었는데 싸거나 너무 비싸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가 초고가 프리미엄 선물과 저가 상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간 가격의 가성비 제품 라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성향도 뚜렸해지고 있는 추세다”며 “애매한 가격대 상품들보다는 10만원 이하의 아주 싼 저가 상품들이나 100만원 이상 가는 호화 상품들을 찾는 고객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영란법이 30만원으로 바뀌면서 가성비 상품 라인도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도록 대부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의 양극화된 추석 선물 세트 구성은 국내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에서 중간 가격 추석 상품들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하게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고물가 시대에 따른 전략적인 소비가 나타나며 특별한 의미를 담은 선물을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고가의 선물을 선택하고 적당한 선물을 구매할 때는 가성비 제품을 많이 찾는 등 추석 선물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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