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가족 순장

이동욱 논설주간 2026. 4.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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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논설주간

1500년 전 신라 순장(殉葬) 의식의 참혹했던 현장이 확인됐다. 영남대와 세종대, 서울대,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가 함께 한 '임당동·조영동 고총군'(경북 경산 소재)의 '고 유전체(Ancient genome)' 분석에서 일가족 순장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고총군 내 44개 무덤에서 출토된 인골 78구의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일가족 집단 순장과 당시 근친혼, 족내혼이 빈번하게 행해진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그간 고고학계의 난제였던 순장자들의 관계가 확인됐다는 점이 연구의 큰 성과다. 한 무덤에 묻힌 순장자들이 부모와 자식, 혹은 형제 관계인 것이 여럿 확인됐다. 특정 무덤 주인(피장자)을 위해 일가족이 한꺼번에 매장됐음을 보여준다. 피장자와 순장자 간에는 유전적 친족 관계가 나타나지 않아 죽은 자의 내세를 위해 산 사람의 생명, 그것도 일가족의 생명이 바쳐졌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비통의 서사가 DNA로 증언된 것이다.

순장제는 가야 지역에서 먼저 시작됐다. 한반도에서 초기 국가가 형성될 시기에 시작돼 3~5세기에 성행했다. 금관가야에서 시작해 대가야, 신라로 퍼졌다. 고령 지산동 44호분에서는 40여 명이 한꺼번에 매장된 것이 확인됐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9명, 북분에서 10명, 천마총에서 5명의 순장자가 확인돼 고대 신라에서도 상당 기간 순장제가 성행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불교가 전래 되고, 생명 존중 사상이 퍼지면서 신라 지증왕 3년(502)에 이르러서야 "순장을 금한다"는 왕명이 내려졌다. 인간을 희생 제물로 삼던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진정한 순장을 끝냈다고 할 수 있는가, 다른 이름으로 계속하고 있지 않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소수 권력자를 위해 힘없는 개인의 슬픈 희생이 지속되고 있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