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89] 이기기 위한 전략 ‘풍림화산(風林火山)’
198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는 전국시대 군웅 다케다 신겐과 그의 그림자 무사(적을 속이기 위한 대역) 스토리를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네 개의 마름모를 모티브로 한 다케다 가몬(家紋·가문의 문양)과 함께 그의 군기에 무언가 한문 문장이 새겨져 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疾如風(질여풍·바람처럼 가볍게 내달려) 徐如林(서여림·숲처럼 고요하게 다가가서) 侵掠如火(침략여화·불처럼 맹렬하게 공격하고) 不動如山(부동여산·산처럼 무겁게 움직이지 않는다)’이라는 문장으로, 각 구절의 마지막 자를 나열하면 ‘풍림화산’이 된다.
풍림화산은 신겐의 창작이 아니라 고대 중국의 병서 ‘손자(孫子)’의 군쟁(軍爭)편에서 따온 것이다. 군쟁편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군사 사용법을 논하는 장으로, 신겐은 풍림화산을 깃발에 새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를 응용한 기동, 매복, 습격 등의 실전 전술로 난세에 최강자의 위치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신겐의 군기를 ‘손자의 기’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신겐의 영향으로 보통 풍림화산으로 회자되지만, 원전에는 이외에도 몇 가지 구절이 더 있다. ‘難知如陰(난지여음·숨김을 그림자처럼 알기 어렵게 하며)’과 ‘動如雷霆(동여뇌정·움직임을 우뢰처럼 재빠르게 하라)’이 그것이다. 손자의 통찰을 요약하면 정확히는 풍림화산이 아니라 ‘풍림화산음뢰’인 셈이다.
중국 고전의 시적 표현을 현대적으로 바꿔 말하면, ‘유리한 위치를 신속히 선점해 조용히 때를 엿보다가, 기회가 왔을 때 허를 찔러 맹렬하게 해치우고,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진중하게 버티라’ 정도가 될 듯하다. 원전은 전쟁에 관한 것이지만, 국정, 외교, 선거, 경영, 투자 등 ‘총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되는 다양한 현대사회 경쟁의 장에서 그 은유적 의미를 되새기며 생존 전략에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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