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도체의 심장 '텔레칩스'를 주목하라

요근래 신문을 펼치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아니면 읽을 게 없을 정도다. 소프트웨어가 차량을 제어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시프트가 이뤄지는 자동차 산업 역시 반도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텔레칩스 판교 사옥. / 텔레칩스

차량을 움직이는 전자 제품으로 확장하면서 SDV는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주행성능, 운전자보조기능, 인포테인먼트 등도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등장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 등 스틱 형태였던 변속기는 버튼 또는 조우 셔틀 형태로 바뀐지 오래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뇌'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또는 반도체 칩을 누가 선점할 것인가? 완성차를 만드는 차량 회사일지 아니면 반도체 전문 기업일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

자동차 회사는 SDV 시대 대응과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칩 내재화’를 추진하는 한편, 반도체 기업은 높은 설계 기술력과 대량 생산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갖고 경쟁 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반도체 기업의 핵심 기술(IP)을 기반으로 자동차 회사가 맞춤 설계하는 '협력 모델'로 보인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기업이 반도체 설계 역량과 관련 R&D를 얼마나 확대하고 있는지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2025년 텔레칩스 사업보고서. / DART

텔레칩스는 1999년 설립 이후 멀티미디어 및 통신 관련 반도체와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현재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AP(Application Processor)를 중심으로 한 종합 차량용 반도체 및 솔루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나아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및 차량용 게이트웨이 반도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차량용 팹리스(Fabless)를 주도하는 텔레칩스는 지난해 약 771억원(USD 5489만) 규모의 초대형 SoC 개발 공급계약(2025.10.10 공시)을 체결했다. 이는 2025년 매출액(1928억원) 기준 약 40%에 달하는 수치로 완성차 업체들이 텔레칩스의 '차량 뇌 설계 능력'을 신뢰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2025년은 매출의 질적 변화도 눈부시다.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인 콕핏(Cockpit) 관련 매출이 14.3% 성장했으며, 특히 IP 중심의 라이선스 및 로열티 매출은 95.5%나 급증했다. 텔레칩스가 단순히 반도체를 파는 '제조사'를 넘어, 설계 자산을 대여하고 기술료를 받는 '고수익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숫자로 입증한 셈이다.

텔레칩스 SIP 모듈 '돌핀 5'. / 텔레칩스

물론 투자자라면 손익계산서 상 2025년 기록된 62억원의 영업손실과 616억원의 당기순손실에 실망할 수 있다. 당기순손실은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448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기타의 무형자산 취득 261억 원)에 적극적인 텔레칩스의 의지를 숫자로 느낄 수 있다. 텔레칩스는 첨단 반도체 설계를 위한 외부 핵심 IP(지식재산권) 도입을 최근 몇 년간 지속하고 있다.

제조 설비 없이 회로 설계와 제품 기획에 역량을 집중하는 팹리스 기업은 차세대 칩을 설계하기 위해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핵심 반도체 설계 자산(IP)에 과감한 투자가 필수다. 매출액 대비 34.3%(약 656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R&D)도 동일한 이유다. 적극적인 R&D 투자는 미래 매출을 예약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텔레칩스의 초고속 네트워크 프로세서 'AXON'과 차세대 프리미엄 SoC '돌핀'은 경쟁사인 퀄컴 등과 대등하게 싸울 무기다.

2025년 텔레칩스 사업보고서. / DART

가장 드러난 변화는 수출의 증가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일본 542억원, 중국 239억원, 기타 지역 4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64%다.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현대자동차·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60~65%에 달했던 것과 대비되는 성과다.

그리고 텔레칩스는 폭스바겐·도요타·미쓰비시 등 유럽 및 아시아 시장으로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다변화했다.

2026년은 그동안 쏟아 부은 막대한 R&D 투자가 결실을 맺고, 글로벌 수주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무 칼럼니스트의 한 줄 인사이트!

수익구조의 '다변화'와 R&D '뚝심'을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