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좀 올려주실수 있나요?"...임산부 부탁을 승무원이 단칼에 거절한 소름돋는 이유

세간에 비쳐지는 객실 승무원의 인식은 고위 서비스직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객실 승무원의 업무 강도는 꽤 높은 편이며 근무 환경도 매우 빡셉니다. 속된말로 3D업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단 밤낮 없이 국내외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바이오리듬부터가 엉망이 되는 데다, 밀폐된 기내이기 때문에 기체 소음이나 기압차로 인해 소리가 잘 안 들릴 수 있어서 청력 역시 주요 측정 대상.
비행 도중 기체가 살짝 기울어질 경우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신체의 균형감각도 측정합니다. 50kg 가량 되는 카트를 끌고 서비스를 하거나 승객의 짐을 들어서 올려 주거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과정에서 허리 디스크나 하지정맥류나 같은 직업병을 달고 산다고 합니다.
오늘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임산부 승객이 승무원에게 짐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는데요. 이 글이 업로드되고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다양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동안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했던 글의 상황은 어땠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짐 올려 달라는 임산부 부탁 거절한 승무원…`갑론을박`

승무원들에게 가장 바쁜 시간은 승객 체크와 안전 점검 등으로 분주한 비행기 탑승 시간입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해 승무원에게 너무 당연한 듯이 짐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습니다. 선반 위에 캐리어를 올리는 건 객실 승무원의 필수 업무가 아님에도 무리하게 부탁을 해오는 승객들 때문에 승무원들은 난처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로 인해 논란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세부퍼시픽에서도 황당한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승객은 착륙 후 승객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승무원을 불렀고 뺨을 때렸는데요. 자신의 짐을 넣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한 것이죠. 사건이 발생하자 세부퍼시픽은 가해자를 영구적으로 탑승객 리스트에서 제외했으며 소송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행기에서 임산부 짐을 올려달라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며 화제가 된바 있습니다.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인 A씨는 실제 임신 29주(8개월) 임산부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가 겪은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고 친정인 제주도로 가게 되었는데요. 남편이 해외출장 중이라 급하게 기내용 캐리어에 간단히 집을 챙겨 공항으로 갔습니다. 다만 비행시간에 빠듯하게 탑승해 짐을 싣는 수화물 칸은 거의 다 차서 캐리어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요.
A씨는 캐리어를 올려 둘 공간을 찾지 못하고 짐을 든 채 우왕좌왕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A씨를 본 한 여자 승무원이 상황을 알고 A씨의 캐리어를 직접 끌고 자리를 살피기 시작했는데요 . 이를 본 선임으로 보이는 남자 승무원이 여자 승무원의 행동을 저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승객의 짐을 대신 넣어드리지 마세요. 손님이 하게 두세요."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하는데요.
이에 A씨는 다소 민망하긴 했지만 "선임 승무원이 후배에게 일을 가르치는 중인가 보다"라며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해당 여자 승무원이 빈 수화물 칸을 찾아 A씨를 불러 안내했다고 하는데요. 직접 짐을 올리려던 A씨는 갑자기 어지럼증 느꼈고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남자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해당 승무원은 이전에 여자 승무원에게 A씨를 돕지 말라고 조언했던 선임 남자 승무원이었는데요. 이 남자 승무원은 A씨에게 직접 부탁을 받은 상황에서도 '거기 올리시면 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부탁을 고사하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결국 A씨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탑승객의 도움을 받아 수화물을 올렸는데요. A씨는 이러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하며 교육받은 매뉴얼대로 행동해야 하는 승무원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한편 임산부로서 부탁을 거절당한 사실이 다소 씁쓸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융통성 없다 vs 매뉴얼을 지켰을 뿐이다

사연을 접한 이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며 갑론을박을 펼쳤습니다. A씨의 입장에 공감한 누리꾼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도와주겠다" "승객이 몸 불편할 때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 아닌가"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임산부한테…" "당연하게 요구한 것도 아니고 해보다가 안 돼 부탁한 건데 참 팍팍하네" 등 B씨가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짐 올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뒤집어쓰는 건 다 승무원이다" "이런 식으로 도와주면 '나는 왜 안 해 주냐'고 진상을 부리는 고객들이 더 많아진다" 등 B씨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융통성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매뉴얼을 지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댓글을 통해 설전을 벌였습니다. 매뉴얼에 적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별도의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입장이었지만, 임산부 등 약자를 돕는 것도 승무원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전직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다는 한 누리꾼은 "보통 항공사 규정이 비슷비슷한데 보통 매뉴얼엔 손님 짐을 올려주지 않는다고 돼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상황상 도와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하는 일인 만큼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남자 승무원은 융통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아이 둘 있는 아줌마로서 속상한 마음 충분히 공감된다"고 A씨를 위로했습니다.
실제로 항공사의 규정상 기내 승무원의 매뉴얼에는 '손님 짐을 올려주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임산부의 짐을 올려주지 않은 승무원의 행동은 매뉴얼상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30년차 승무원이 밝힌 실제 국내 항공사, 기내 매뉴얼

30년 동안 비행을 해왔던 전직 승무원 출신 A씨는 승무원들에게는 상황대처능력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승객의 짐을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한다는 규정은 오래되지 않았으며 기존에는 승무원들의 도와주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고객의 짐을 도와주다 부상, 분실 등 문제가 발생했고 승무원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여 규정이 변경되었습니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승무원이 도와줄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승객이 처리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변경되었습니다고 합니다.

가끔 "수화물 짐 올려드리는거 도와주기 위해 승무원 키 보는 것 아니냐?" 는 소수의 의견이 있는데 아닙니다. 승무원 키 제한(이라기 보다는 암리치 체크) 이유는 매 비행 안전장비, 시큐리티 체크를 하는데 저 오버해드빈에 있는 장비들 직접 꺼내서 사전장비체크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매뉴얼에 적혀있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행동을 취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국 내 항공사의 기내 매뉴얼에는 '승객 짐은 승객이 올린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간혹 규정을 떠나 일반인 분들의 기내수화물 올리는걸 도와주는 건 승무원의 선의일 뿐 업무상 의무는 아닌 것 입니다. 단 비즈니스와 퍼스트 클래스 승객의 짐은 스튜어디스가 도와주며 이코노미에서도 노약자의 짐은 스튜어디스가 도와준다고 합니다.

승무원의 주요 임무는 기내 안전, 보안 책임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서비스 제공입니다. 승객들이 있기에 승무원이 존재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승객들의 무리한 부탁까지 일일이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승객들이 승무원은 기내에서 밥이나 주고, 짐이나 드는 것만 임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승무원은 승객들이 알지 못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어깨 위에 큰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내 가방 정리와 같은 간단한 일도 승객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승객들에게는 한 번이지만 승무원들에게는 수십 번, 수백 번의 뼈가 닳는 노동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