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90 페이스리프트를 보는 순간 든 생각은 "또 사골이네"였다. 2014년 출시 이후 벌써 11년째 우려먹고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실물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 차는 분명히 많이 팔릴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네시스 GV80에도 없는 에어서스펜션을 1억 원 미만 가격에 넣어왔기 때문이다. 신설된 울트라 트림은 에어서스펜션을 기본으로 달고도 9,990만 원에 책정됐다. 벤츠 GLE나 BMW X5도 에어서스를 달려면 1억 원은 훌쩍 넘어간다.

사실 XC90의 디자인은 정말 사골이다. 전면 그릴과 헤드램프 디테일 정도만 손봤을 뿐 전체적인 실루엣은 11년 전과 거의 동일하다. 아이언마크를 사선으로 배치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니, 이게 페이스리프트인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XC90의 진짜 무기는 실용성이다. 3열까지 펼쳤을 때도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고, 2·3열을 접으면 웬만한 화물차 부럽지 않은 적재공간이 나온다. 트렁크 상단 수납공간은 급제동 시 짐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파워트레인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B6)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두 종류로 정리했다. B6는 2.0리터 터보 엔진에서 300마력을 뽑아내고, 복합연비 9.5km/ℓ를 기록한다. T8는 전기모드로 56km까지 갈 수 있어 서울 시내 출퇴근은 전기차처럼 쓸 수 있다.

실내 최대 변화는 1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다. 네이버 웨일 플랫폼을 탑재해 국내 서드파티 앱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앞 좌석 마사지 기능은 강도와 속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운전 시 유용하다. 2열에는 USB-C 충전포트 2개와 온도조절, 열선 기능이 기본이다.

트림은 Plus Bright(8,820만 원), Ultra Bright·Dark(9,990만 원) 3가지다. 에어서스펜션을 원한다면 울트라 트림을 선택해야 한다. 1억 원 아래에서 에어서스펜션을 경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아쉬운 점도 있다. 11년째 우려먹는 디자인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XC90 페이스리프트는 분명히 많이 팔릴 것이다. 사골 디자인이지만 실용성과 안전성, 그리고 무엇보다 에어서스펜션이라는 프리미엄 사양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풀체인지는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 사골 XC90이 볼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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