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CEO라도 나를 잘랐을 것”…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당한 직원 [Books&Biz]

윤선영 기자(yoon.sunyoung@mk.co.kr) 2023. 1. 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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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고 정복하라 / 데이비드 시걸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결정’
채용·복지 등에서 경영 위협 받으면
직원에게 설명하고 바로잡아야
결정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돼

경영전략 수립, 수익창출, 인적자원 관리, 대외활동 등 경영 리더들은 수많은 일을 한다. 다양한 업무 중 이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 해외 출간된 도서 ‘결정하고 정복하라(원제: Decide and Conquer: 44 Decisions that will Make or Break All Leaders·HarperCollins Leadership 출간)’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 데이비드 시걸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 ‘밋업(Meetup)’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 중이다. 밋업 이전에는 미국 투자정보 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Investopedia)’ CEO, 투자정보 플랫폼 ‘시킹 알파(Seeking Alpha)’ 사장 등을 역임했다.

밋업은 2002년 스캇 하이퍼만(Scott Heiferman)이 설립한 기업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달은 하이퍼만이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려는 목적으로 밋업을 설립했다. 2002년 6월 론칭 이후 현재까지 5200만명 이상이 밋업에 가입했으며 190개국, 2천개의 도시에서 밋업 그룹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시걸 CEO는 “경영 리더의 성공은 단 한 가지에 귀결된다. 바로 좋은 결정(good decision)을 내리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면 좋을 지 고민하고 있는 리더들에게 속시원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리더라도 무엇이 좋은 결정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과연 시걸 CEO가 말하는 ‘좋은 결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걸 CEO는 책에서 경영리더들이 마주하는 44개 어려움(challenges)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각각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어려움에는 ‘새로운 조직에서 어떻게 빨리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다가오는 정리해고 관련 (직원들에게) 얼마나 투명해야 할까?’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는 조직원에게 권한이임을 해야 될까?’ 등이 포함된다. 각 문제들을 풀어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시걸 CEO가 내린 결정에는 공통점들이 있다. 빠르고, 대담하고, 정직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걸 CEO가 저서에서 나열한 좋은 결정의 특징들에 포함된다.

시걸 CEO는 경영 리더들이 ‘특정한 리더 역할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에 놓치지 말아야 할 점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경영 리더들은 ‘이력에 좋은 포지션인지?’ ‘나한테 맡는 일인지?’ 등을 기준으로 특정한 리더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해당 일자리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안을 수락한 후엔 해당 회사에서 일할 때 적용될 결정 내리기 과정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걸은 “업무 시작 전 의사결정 과정, 보고 체계, 보상 체계, 투자 필요 여부(investment needs) 등에 대한 (전략) 수립을 리더가 하지 않는다면 해당 리더는 본격적인 업무 시작 전부터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걸 CEO의 경우 밋업에 입사하기 전에 회사측에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그가 밋업 모기업인 ‘위워크’의 당시 CEO였던 아담 노이먼에게 보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위워크는 2017년 밋업을 인수하고 2020년 매각했다). 둘째는 밋업이 위워크가 인수했더라도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시걸이 (위워크의 제안으로) 하이퍼만이 밋업에서 운영관련 업무를 맡게 됐을 때 자신에게 보고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게 도발적일 수도 있는 조건을 노이먼 전 CEO는 수락했다.

뿐만 아니라 시걸은 차기 CEO로 출근하기 전 밋업의 재무제표를 공유해 줄것을 모기업 위워크에 요청했다. 시걸은 저서에서 “(밋업의 재무제표를 받은 후) 이렇게 형편 없는 재정상태는 처음 봤다. 밋업에는 그 어떤 수익 성장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밋업은 향후 열 두 달 안에 2000만달러를 잃을 전망이었다.

이렇게 CEO직을 맡기 전부터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그리고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해 파악한 덕에 시걸 CEO는 밋업 기업문화를 위워크와 분리하고 결론적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밋업의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시걸은 무분별한 채용도 주목했다. 위워크 아래에 있던 밋업은 직원 채용에 중점을 뒀다. 시걸은 “위워크가 대규모 채용을 중시하다보니, 밋업도 계획보다 더 많은 직원을 뽑는 경향이 있었다”고 저서에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에만 밋업에 신규채용 된 직원 수는 170명이었고, 그 해 자사는 인재 찾기에만 1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위워크가 밋업을 인수한 이후 위워크의 무분별한 채용 문화가 밋업에도 존재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직원복지’를 위해 여름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 파티가 열렸고 직원들은 업무와 관계없는 비용을 자사에 청구할 수 있었다.

시걸은 과도한 고용을 부추기는 위워크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당시 250명 직원 중 약 25명을 정리해고 했다. 시걸 CEO는 빠르고, 대담하고, 정직하며,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CEO로 임명된 지 고작 6주가 지난 어느 날, 직원 전체와 미팅을 가지며 그는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알렸다. 25명의 사람들과 이별할 것이라 공지한 그는 5분 안에 개인의 정리해고 유무를 알 수 있는 이메일을 보냈다. 가능한 빠르게 결과를 알려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긴장하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이러한 확고한 판단 때문이었을까. 정리해고 대상자 중 일부는 시걸 CEO를 찾아와 좋을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내 업무는 회사에 막대한 지출을 안기지만 가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내가 CEO였더라도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을 정리했을 것이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새로운 CEO라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다. 하지만 시걸 CEO는 “무언가에 대한 리더의 생각이 확고하다면 해당 결정을 밀어 붙어야 한다. 그런 결정을 한 이유를 직원들에게 항상 제공해야 하지만 해당 결정을 내린 것을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조직원을 관리하라고 경영리더들이 돈을 받는 게 아니다. 경영리더들 급여는 결정의 대가다”고 단언했다.”

‘Decide and Conquer 44 Decisions that will Make or Break All Leaders ’도서 사진<사진제공=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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