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이 특사경 지휘 … 기업들 "정치적 수사 늘어날까 걱정"
검사의 특사경 지휘권 박탈
경험 부족한 특사경 2만여명
영장 청구·기소 혼란 불가피
장기간 수사 방치 우려 커지고
기업은 리스크 관리 부담 가중

20일 국회가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자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종 조율한 법안에서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지휘 감독권' 조항이 삭제된 탓이다. 법조계에서는 "비법률가인 특사경이 수사를 주도하면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기업의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는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빠졌다. 앞으로는 특사경이 소속 기관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에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내사 단계부터 영장 청구, 기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조력을 받아온 특사경의 기존 수사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법률가가 수사를 주도하면 수사 대응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향후 기업 활동에까지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직 차장검사는 "특사경 수사 근거가 되는 행정법령 특성상 범죄 구성 요건을 따질 때 '고의'와 '과실' 여부를 나누는 게 중요한데, 법리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처벌 대상이 아닌 '과실범'임에도 과도하게 수사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령 환경단속은 검사에게 수사 지휘를 받아 초반부터 고의성 여부를 따지는 게 핵심인데, 비법률가의 판단에 따라 무리하게 수사하다 향후 검찰에서 불기소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기준 2만1263명에 달하는 특사경은 대부분 순환 보직을 하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어 수사 경험이 부족하다. 지자체 특사경 중 2년 이상 장기 근속한 비중은 2024년 기준 24%에 그친다. 법률가가 아닌 만큼 영장 청구나 증거 및 법리 판단 등은 검사에게 의존해온 것이 현실이다. 압수수색은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데, 수사 실무 경험이 없으면 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난 증거를 위법하게 압수하거나,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고지해야 할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건이 기소되더라도 재판부에서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해 증거 능력을 잃는다. 특사경 수사가 정치적으로 변질돼 기업이 과도하게 눈치를 보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유통업체 한 사내변호사는 "그동안 기업이 법률적 판단과 법률 비용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앞으로는 정치적 요소까지 고려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 대관 인력을 들여 해결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인 출신 부처 장이나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기업 수사를 정치적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수시로 보낼까 봐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소청법으로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기업 수사의 일관성과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으면 검사가 단계별로 기한을 정해주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이고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데, 수사 지휘를 받지 않으면 사건들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 캐비닛에 무기한 방치되곤 한다"면서 "이럴 때는 기업으로서도 변론 종결일자가 가늠되지 않아 사실상 변호사들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기소기관인 공소청이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에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건을 재검토하게 되므로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수사를 받는 기업들은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어 수사가 길어지면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삼성전자 등 사례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다"며 "특히 중견기업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민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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