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 [49] 납북된 최은희·신상옥
1978년 1월 15일 나는 홍콩에 있다. 어제 이곳에서 대한민국 영화배우 최은희가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당했다. 그녀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무렵까지 엄청난 인기와 위상을 누렸던 ‘스타 여배우’의 원조 격으로서 한국 영화사에서 세 번째 여성 영화감독이자 첫 여배우 출신 영화감독이다.

남한에 비해 뒤떨어진 북한 영화의 발전을 위해 최은희의 납북을 지시했던 희대의 영화광 김정일은, 아직 마취가 덜 풀린 채로 공작선에서 내리는 최은희를 직접 남포항까지 나가 마중(?)했다. 김정일의 기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으니, 당시 최은희와 이혼 상태였던 거장 신상옥 감독은 실종된 그녀의 행방을 홍콩에서 추적하다가, 그 역시 6개월쯤 뒤인 7월 19일 납북된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이렇게 되어 한국 현대 영화의 선구자 신상옥과 최은희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큰 영화들을 만드는 기록을 남긴다. 이 둘의 북한에서의 재회와 활동, 극적인 탈출 등은 한 편의 영화 그 자체다. 그들이 몰래 녹음한 김정일과 김일성의 육성은, 당시로서는 미국 CIA에게조차 희귀한 정보 자료였다.
1986년 3월 13일 영화 제작과 관련해 오스트리아 빈에 있던 신상옥과 최은희는 미국 대사관으로 뛰어들어가 탈출에 성공했다. 후일, 어떻게 탈출이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신상옥의 대답은 인상적이다. “권력과 자금과 온갖 특혜들을 제공하는데 설마 싫어서 떠나겠느냐는 생각을 북한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김정일의 허락 안에서만 가능한 자유였다. 또한 내게도 있고 남에게도 있는 자유라야 진짜 자유지, 나만 누리는 자유는 가짜 자유다. 예술가는 자유가 목숨인 존재인데, 그런 독재 전체주의 사회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신상옥은 북한에서의 8년 중 영화 활동은 3년 정도뿐이었는데, 초반 5년 동안 거듭 탈출을 시도하다가 수용소를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제발 연예인들 북한 데리고 가서 인류 최악의 독재자 옆에서 사진 찍게 하지 마라. 그거 인권 침해, 양심 파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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