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니…케데헌 성공 요인과 우리에게 없는 것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5. 11. 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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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제2 케데헌 꿈과 몽상 2편 
한국은 케데헌 만들 수 있을까
자금과 기술, 유통망 투입해야
우리로선 어느 하나 쉽지 않아

한국은 제2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어찌 보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케데헌은 3가지 요소가 모여 만들어졌다. 막대한 자본, 넷플릭스란 거대한 유통망, 그리고 실력 있는 제작사 소니 픽처스다. 우리에겐 이 세가지가 있을까. 視리즈 '제2 케데헌 꿈과 몽상' 두번째 이야기다.

우리는 視리즈 '제2 케데헌 꿈과 몽상' 1편에서 케데헌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를 살펴봤다. 총감독인 매기 강은 2018년부터 케데헌의 밑그림을 구상했지만, 작품으로 나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하 소니 픽처스)이 K-팝과 한국 설화, 퇴마를 섞은 생소한 콘셉트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가 멈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구원 투수'로 나섰다. 1억 달러(약 1445억원)에 달하는 자금과 케데헌의 지식재산권(IP) 판매 수수료(2000만 달러)를 지급해 소니 픽처스와의 협업을 이끌어냈다. 그후 장장 7년에 걸친 제작 끝에 케데헌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 시청자에게 송출됐고, 지금은 전세계 3억2150만명(9월 24일)이 시청한 흥행작으로 우뚝 섰다.

이같은 케데헌의 성공을 두고 국내에선 반가움과 아쉬움이 섞인 반응이 나온다. 케데헌이 한국적 요소들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수익을 올리는 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일본 기업이어서다. 이 때문인지 '제2, 제3의 케데헌은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제2의 케데헌'을 만들 수 있을까.

■ 문제①제작비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케데헌 제작기記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세가지다. 첫째, 케데헌을 만드는 데 1억 달러(약 144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2014년 영화관에서 개봉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 제작비(1억5000만 달러·당시 약 1675억원)와 맞먹는 액수다. 케데헌이 뛰어난 작품성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엔 이같은 '자본의 힘'이 깔려 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단일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는 사례는 없다. 한국 기준 역대 가장 큰 제작비는 애니메이션 '킹스 오브 킹스(2025년 7월 국내 개봉)'를 만드는 데 사용한 360억원이다.

OTT 산업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OTT '티빙'의 콘텐츠 사용원가는 약 2481억원이었다. 넷플릭스(162억 달러·약 23조3960억원)의 100분의 1 수준이다.

■ 문제②플랫폼 = 케데헌 제작기에서 살펴봐야 할 두번째 포인트는 플랫폼의 역할이다. 실제로 케데헌의 성공엔 투자·배급을 맡은 넷플릭스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개국 2억7000만명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관'인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

제2의 케데헌을 한국에서 제작하려면 우리에게도 '넷플릭스급 OTT'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의 주력은 모두 한국 시장이다. 지난 5일 티빙이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발을 들인 게 그나마 유의미한 해외 진출 사례다.

이헌율 고려대(미디어학) 교수는 "제2의 케데헌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성만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창의성을 실현할 수 있는 자본력과 산업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 콘텐츠 산업에 이런 기반이 다져져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문제③콘텐츠의 질 = 이제 마지막 포인트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붐이 일고, 거대한 OTT가 등장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이다. 케데헌을 제작한 소니 픽처스도 애니메이션 분야에선 뛰어난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티켓 파워도 어마어마하다. 스파이더맨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스파이더버스 시리즈'가 대표작인데, 2023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경우, 박스오피스로만 총 6억9000만 달러(약 9969억원·지난해 8월 기준)의 수익을 거뒀다.

이런 소니 픽처스의 뛰어난 제작 능력은 케데헌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매기 강 감독은 6월 21일 영화 전문 웹사이트 시네마블랜드와의 인터뷰에서 "얼굴 표현과 애니메이션의 질감 등에서 많은 영감을 (스파이더버스에서) 가져와 CG 버전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아직 후발주자다.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킹스 오브 킹스'가 미국 시장에서 극장 매출액 6000만 달러(약 815억원)를 돌파한 게 그나마 유일한 성적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 늘리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콘텐츠 부문 예산은 1조6103억원으로 올해(1조2734억원)보다 26.5%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문체부 전체 예산 규모가 10.3%(7조672억→7조7962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그만큼 정부도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은 소니 픽처스의 인기작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사진 | 소니 픽처스 제공]

하지만 예산을 지원받은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괜찮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2019년 개봉한 국산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는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 등 다양한 부처·기관의 지원을 받아 총 22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흥행 수입은 국내 61억원, 해외 22개국 60억원 등 121억원으로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저기서 '제2의 케데헌 만큼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돈을 벌기 위해선 옳은 말이고, 명분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은 누구도 던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겐 소니와 넷플릭스 같은 인프라가 있는가." 명분보다 먼저 살펴야 할 건 현실이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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